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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3000만원도 안 줘"…화물차주 울린 운송사 번호판 장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운송사가 계약해지를 위해 잘라낸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차 번호판. [사진 국토교통부]

운송사가 계약해지를 위해 잘라낸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차 번호판. [사진 국토교통부]

 “운송사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하려고 화물차 앞뒤 번호판을 잘라내고는 다시 안 달아줘 거의 100일 동안 일을 못 했다." 

“운송사가 번호판 보증금으로 3000만원을 받고서는 계약 해지하고 나갈 때가 되니까 '그런 돈 받은 적 없다'며 안 주더라. " 

 화물차주들이 운송사로부터 피해를 봤다며 국토교통부에 신고한 내용 중 일부다. 국토부는 6일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지입제 피해 집중신고기간(2월 20일~3월 17일)'의 중간 집계 결과, 지난 3일까지 모두 25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입제는 화물차주가 차량을 구입해 특정 운송사 명의로 등록한 뒤 일정액의 지입료를 운송사에 내고 일하는 방식이다. 유상 화물운송을 위해선 영업용 번호판이 필요한데 이걸 운송사가 대부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운송사가 지입료와 번호판 사용료 같은 각종 비용만 받고 화물 수주 영업은 거의 지원하지 않는 등 부작용이 커 화물차주 사이에선 폐지 요구가 높다.

 국토부에 따르면 신고 사례는 ▶운송사업자가 ‘번호판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추가 금전을 받거나 미반환 (44%, 111건)▶화물차 대폐차 과정에서 동의비용으로 ‘도장값’ 수취(6%, 16건) ▶자동차등록원부에 현물출자자 사실 미기재(4%, 11건)’ 등의 순이었다.

운송사가 계약해지를 위해 잘라낸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차 번호판. [사진 국토교통부]

운송사가 계약해지를 위해 잘라낸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차 번호판. [사진 국토교통부]

 한 화물차주는 “일 시작할 때 운수사 대표가 '한 달에 1000만원 이상 벌 것'이라며 번호판 사용료로 800만원을 받고, 지입료도 월 50만원씩 떼갔다. 그런데 매출은 300만원에 불과해 차 할부금과 기름값 등을 빼니 적자가 너무 컸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계속 빚만 증가해 번호판 사용료는 돌려받지도 못하고 다른 운송사로 옮겼는데 거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돈을 돌려받고 싶다”고 신고했다.

 특히 계약갱신권을 가진 기존 차주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기 위해 차량 번호판을 오려내거나 탈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신고됐다. 운송사가 번호판을 훼손하고는 새 번호판을 주지 않고 "본인이 알아서 하라"며 모른 척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신고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지자체와 함께 3인 1조로 현장조사반을 꾸려 주요 운송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이를 통해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사업정지와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다.

화물연대 파업에도 '지입제 퍠지'는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다. 뉴스1

화물연대 파업에도 '지입제 퍠지'는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다. 뉴스1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6일 당정협의를 통해 지입제 개혁을 위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지입차주에게 일감은 안주면서 지입료와 번호판 권리금 등만 받는 일명 '지입전문회사'를 퇴출하고, 해당 지입차주에겐 개인운송면허를 주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 지입 계약 때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하던 것을 차량 실소유자인 지입차주 명의로 등록토록 하고, 번호판 사용료ㆍ대폐차 도장값ㆍ차량 명의이전 대가 등 일부 운송사의 부당한 금전 요구가 담긴 계약 내용은 무효로 한다.

 강주엽 국토부 물류정책관은 “지입제 폐단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추가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이 국회에서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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