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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선거운동' 고발된 서영교…헌재 "법 개정, 기소유예도 취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영교 의원. 사진은 지난 2020년 12월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오종택 기자

서영교 의원. 사진은 지난 2020년 12월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오종택 기자

지난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후 자신이 상임위원장 시절 도입된 새 법을 근거로 헌법재판소에서 처분을 취소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서울북부지검이 2020년 10월 서 의원에게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므로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서 의원은 2020년 2월 21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자신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지역구(서울 중랑갑)의 한 성당을 찾았다. 자신이 조합원으로 있는 신협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성당 건물 앞에서 서 의원은 예닐곱 명에게 인사를 했고, 보좌관은 명함 두 장을 나눠줬다.

하지만 종교시설 경내에서 명함을 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건 당시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에게 금지된 행위였다. 누군가 서 의원을 고발했고, 검찰은 공소시효(선거 후 6개월) 직전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두 달 뒤, 종교시설 내에서라도 종교와 무관한 행사가 열렸다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다(2020년 12월 29일 공포·시행). 여러 발의안을 행정안전위원회 안으로 정리한 것이 통과됐는데, 당시 위원장이 서 의원이었다. 새 법 시행 이틀 뒤, 서 의원은 이를 근거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헌법재판소는 검사가 서 의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할 당시의 법(개정 전)을 기준으로 판단할지, 현시점(개정 후)을 기준으로 살펴볼지 고민했다. 재판관 9명 중 7명은 후자가 옳다고 봤다.

법을 개정할 때 ‘개정 전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유지한다’는 단서를 따로 붙이지 않았다면, 새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꼭 대법원 판례를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헌재는 결정문에서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다투는 것과 유사하므로 헌재도 법원의 형사재판 절차와 동일하게 판단하는 것이 피의자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서 의원과 같은 법을 위반해 기소된 사람들은 형사재판에서 면소(免訴·기소를 면제함)를 선고받아 결과적으로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며 “서 의원이 새 법으로 구제받지 못한다면 기소되는 것보다 더 불이익한 상황이 돼 형평에 반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받게 된다”고 판단했다.

같은 선거운동 기간 교회에서 명함을 돌렸던 윤준병 민주당(전북 정읍·고창) 의원은 기소돼 대법원에서 면소 처분을 받았다(2021년 12월).

기소 안 한다는데 헌법소원은 왜?

기소유예는 검사가 보기에 혐의는 인정되나 피해가 크지 않거나 처벌까지 할 건 아니라고 판단할 때 내리는 불기소 처분의 한 종류다.

재판에 넘겨지진 않는다는 점에서 피의자에게 유리한 처분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공소권 없음’과 달리 유죄 판단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차라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완전히 혐의를 벗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헌법소원의 한 유형으로 받아주고 있다. 기소유예 처분 통지를 받으면 90일 이내에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박주민 의원실이 지난해 헌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년 1월~2022년 6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헌재에 온 사건이 2170건이고, 헌재는 이 중 428건을 취소해 줬다(인용률 19.7%).

지방검찰청 중 헌재의 기소유예처분 취소 인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북부지검이었다(2021년까지 최근 5년간, 인용률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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