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애플페이 내놓는 애플 "한국지도 반출" 요청…정부 거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애플이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애플이 지난달 2일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대 1 축적의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반출할 수 있게 허가에 달라고 요청했으나, 2주 후 한국 정부가 ‘반출 불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애플이 대한민국 정부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국방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다수가 반대해 불허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우려를 애플이 해소할 수 있다는 근거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국토교통부 장관 허가 없이는 2만5000대 1 축적보다 세밀한 지도의 국외 반출이 불가능하다. 반출하려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지리정보원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 협의체가 심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는데, 아직 반출이 허용된 적은 없다.

애플이 한국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요청한 것은 ‘애플페이’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애플은 지난달 8일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한국에 출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보기술(IT)·금융 업계에선 이르면 이달부터 아이폰 사용자들이 애플페이로 오프라인 상점에서 결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은 애플페이를 서비스 중인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는 애플지도에 애플페이 가맹점을 표시·안내하고 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애플의 차량용 운영체제(OS) 시장이 꼽힌다. 애플은 글로벌 차량용 OS 사업을 두고 구글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애플이 한국에서도 애플페이와 연결해 위치 기반 서비스를 확장하거나, 구글에 대적해 카플레이·자율주행 등 경쟁력을 키우려면 지도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에 지도 반출을 요청한 이유를 물었으나, 애플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내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시도한 건 구글이 먼저였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9년에 걸쳐 문을 두드렸다. 2016년에는 여론의 관심이 뜨거웠다. 구글 지도 기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달라는 구글의 주장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불발됐다. 반(反) 구글 진영은 구글이 운영 중인 위성사진 서비스 ‘구글어스(Google Earth)’에 5000분의1 지도를 결합하면 국가 주요 기관의 위치가 노출돼 안보 위협이 커진다며 반대했다.

정부의 방어 덕에 ‘지도 주권’을 사수한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포털은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사업을 확장하며 몸집을 키웠다. 디지털 지도는 단순히 길 안내가 아니라, 자율주행·증강현실(AR)·가상현실(VR)·디지털트윈 등 신사업 확장의 핵심 데이터 자원이기 때문이다. 지리정보 소프트웨어(GIS) 기업을 운영하는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자율주행차·AI·드론·AR 등 미래 산업의 핵심이 전부 디지털 지도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구글에 이어 애플도 한국 지도 데이터 반출에 실패하면서 지도 논쟁이 7년 만에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현 대표는 “이미 빅테크가 전 세계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데, 한국의 디지털 전략자산인 전자지도를 반출하면 정보독점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원한 국내 모빌리티 기업 관계자는 “내수시장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지도 반출을 막았지만, 정작 한국 소비자나 방한 외국인이 한국에서는 위치 기반 글로벌 서비스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며 “소비자 편익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애플의 대한민국 지도 정보 해외반출 요청과 정부의 거절 통보’에 관한 더 자세한 기사는 더중앙 홈페이지(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4932)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16년 당시의 구글 맵 논쟁과 무엇이 같고 달라졌는지, 디지털 지도 정보가 왜 중요한지 확인해보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