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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기업 공동 ‘미래청년기금’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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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일 정부가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함께 ‘미래청년기금’을 조성해 양국의 청년 세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을 명분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으로, 강제징용 배상 협상 과정에서 일본 측 피고 기업의 판결금 변제 참여 대신 제시된 해법이다. 외교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한·일 협상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풀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다. 정부가 발표할 해법의 골자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재원을 조성해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이다. 포스코 등 한국 기업의 출연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재단이 지급하는 방식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5일 미국 출국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미래세대가 중요할 것 같다”며 “미래세대들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잠재력을 축적해 나갈 수 있을지를 양측 경제라든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한·일이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기금을 조성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징용 배상의 틀에 얽매이기보다 미래를 지향하면서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로 강제징용 배상 의무가 확정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도 게이단렌 회비나 기여금을 내는 형식으로 사실상 기금에 우회 참여할 수 있다. 기금은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등 양국 청년의 교류 증진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대표적 재계 단체를 통한 합작 기금 조성은 과거사 청산이라는 난제로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재단에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하되, 일본 피고 기업들도 재단에 출연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자국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든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에 참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판결금 지급을 위한 재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 자금 수혜를 본 국내 기업이 우선 출연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한국 제3자 변제안에, 일본 ‘DJ·오부치선언 계승’ 호응 예정

 한 시민이 5일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보고 있다. 한·일 정부가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미래 청년기금’을 조성해 양국의 청년 세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강제징용 배상 협상 과정에서 일본 측 피고 기업의 판결금 변제 참여 대신 제시된 해법이다. 외교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한·일 협상 결과를 오늘(6일) 발표한다. 뉴스1

한 시민이 5일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보고 있다. 한·일 정부가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미래 청년기금’을 조성해 양국의 청년 세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강제징용 배상 협상 과정에서 일본 측 피고 기업의 판결금 변제 참여 대신 제시된 해법이다. 외교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한·일 협상 결과를 오늘(6일) 발표한다. 뉴스1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으로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지연 이자까지 40억원 규모다. 하지만 9건의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고등법원(6건)과 1심(52건)에 계류된 소송이 있는 만큼 추후 해법의 적용 대상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등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들은 정부 등으로부터 기부금 출연 요청을 받게 되면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은 일단 판결금 조성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이 배상금을 재단이 대신 지급하는 해결책을 공식 발표하면 일본 정부는 뜻이 있는 일본 기업의 재단 기부를 용인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한 직후 일본은 이에 대한 호응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상호 연계되는 한국의 해법과 일본의 호응 조치는 크게 ▶배상 ▶사죄 ▶미래청년기금 등 3개 축으로 구성된다.

한국 정부의 해법 발표 직후 일본 측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및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명했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일본 총리가 발표한 ‘전후 50년 담화’(무라야마 담화)에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가 담겼다.

재단은 외교부의 협상 결과 발표 직후 7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3자 변제안을 본격 추진한다. TF는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에게 1인당 2억~2억5000만원 상당의 배상금을 대신 변제하는 재원을 마련하고, 피해자 및 유가족에게 배상금 수령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맡는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인력 구조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기본 사업을 추진하기에도 빠듯한 만큼 외교부·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파견받아 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단은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계기로 유사한 과거사 피해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재단은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인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할 TF와 별개로 최근 특별법 추진팀도 꾸렸다. 재단의 심규선 이사장은 지난 1월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 “피해자들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특별법 제정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3자 변제안’ 예고에 강력히 반발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이는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덮어주고 면해 주는 합의”라고 비판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면죄부”라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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