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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금리 다시 오른다…한은, 기준금리 동결했는데 왜

중앙일보

입력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은 일단 멈췄지만,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동결보다 미국의 통화 긴축 장기화 우려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쳐 최근 채권 금리가 뛰기 때문이다. 사진은 5일 서울시내 한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은 일단 멈췄지만,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동결보다 미국의 통화 긴축 장기화 우려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쳐 최근 채권 금리가 뛰기 때문이다. 사진은 5일 서울시내 한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나섰지만 주요 은행의 대출금리는 다시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물가 불안 등을 감안해 긴축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의 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410∼6.522% 수준이다. 한 달 전인 2월 3일과 비교하면 하단 금리가 0.280%포인트 오르면서 대부분의 대출자가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게 됐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5.420∼6.450%도 한 달 사이 하단이 0.270%포인트, 상단이 0.140%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가 오른 건 은행채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주담대 고정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의 금리는 같은 기간 0.589%포인트(3.889%→4.478%) 뛰었고, 신용대출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는 0.391%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발표된 미 고용ㆍ소비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자 최근 1~2주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만 변동 폭을 보면 은행권 대출 금리 상승 폭이 은행채 상승 폭보다 작았다. 최근 한 달 은행채 5년물 금리가 0.589%포인트 올랐지만, 4대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의 인상 폭은 그 절반 수준인 0.280%포인트에 불과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의 ‘돈 잔치’ ‘이자 장사’ 지적에 은행들 스스로 가산금리를 줄여 대출금리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금융채 5년물 기준으로 하는 신규구입자금 용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생활안정자금 용도 주담대 금리를 0.2% 포인트 낮췄다. NH농협도 같은 날부터 가계 신용대출과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에 일괄적으로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예금 금리도 밀어 올리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공시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3일 기준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는 연 3.65~3.90%로 집계됐다. 기준금리가 동결된 지난달 23일 금리가 연 3.55~3.70%로, 6영업일 만에 상ㆍ하단이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올랐다. 시장금리와 예금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세인 만큼 앞으로 코픽스 등에도 상승분이 반영돼 변동금리 대출도 인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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