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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난민 아니다…우크라 부자 넘어간 폴란드의 반전

중앙일보

입력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피란민 덕분에 경기 침체 극복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폴란드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피란민 200만 명을 받아들여,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한 나라다.

지난해 12월 15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쇼핑 센터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전쟁을 피해 폴란드로 간 우크라이나 부유층의 값비싼 소비가 폴란드 경기침체에 도움이 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5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쇼핑 센터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전쟁을 피해 폴란드로 간 우크라이나 부유층의 값비싼 소비가 폴란드 경기침체에 도움이 되고 있다.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쟁을 피해 폴란드에 들어온 부유한 우크라이나인들이 현지에서 고급 주택을 마련하는 등 큰 돈을 쓰면서 폴란드의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유독 폴란드에서만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 경제개발은행(BGK)의 마테우스 왈레브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국내 수요가 감소한 것을 보면 주택 가격도 하락해야 맞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부동산을 매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조국을 떠나 폴란드에 들어온 우크라이나 부자들은 고급 매물 위주로 부동산을 매수하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바르샤바로 이주한 부동산 중개인 율리아 안토니우크는 “지난해 여름 부유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이탈리아·스페인·모나코 등으로 떠났지만, 대부분 학교 보내기가 더 쉬운 폴란드로 돌아왔다”면서 “이들은 많은 현금을 가지고 왔고, 비싼 부동산을 매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녀 교육에 관심 있는 우크라이나 부자들이 폴란드로 몰리면서, 수도 바르샤바 교외 빌라노프에 있는 영국식 사립 국제학교는 증축 공사에 들어갔다. 기존 학교 건물 크기를 3배로 확장 중이다. 톰 맥그라스 교장은 “우크라이나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확장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최근 국제학교 시장이 성장했는데,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성장의 강력한 요인”이라고 했다. 이 학교의 수업료는 연간 1만5000달러(약 2000만원)다.

바르샤바 교외 빌라노프에 있는 영국의 사립학교 모습. 사진 빌라노프 영국 초등학교 홈페이지 캡처

바르샤바 교외 빌라노프에 있는 영국의 사립학교 모습. 사진 빌라노프 영국 초등학교 홈페이지 캡처

미용업이나 성형외과, 고급 레스토랑 등 고소득층을 상대하는 사업에서도 우크라이나 부자가 큰손으로 떠올랐다.

바르샤바의 한 모발 이식 클리닉에선 우크라이나 고객이 10~20%를 차지한다. 안나 쿠즈네초바 원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출신 직원을 고용해 시술을 맡겼는데 예약이 꽉 찼다”고 전했다. 바르샤바의 뷰티 살롱 매장 2곳은 전체 고객의 70%가 우크라이나인이다. 살롱 직원인 줄리아 란치아는 “최소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바르샤바의 고급 레스토랑과 바에서는 우크라이나 고객이 늘어 우크라이나어를 쓰는 직원을 채용하고, 우크라이나어로 예약하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고르 도브리노프 바텐더는 “손님 중 절반이 우크라이나인인 날도 있다”고 전했다.

바르샤바 중심부에 있는 한 쇼핑몰의 고급 세차장에는 우크라이나 고객이 30%를 차지한다. 세차 가격이 약 130달러(약 17만원)지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세차장 직원인 아그니에슈카 루다시는 “우크라이나 고객이 없었다면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인은 아주 중요한 고객”이라고 했다.

다만 이처럼 값비싼 소비와 문화를 누리는 우크라이나 부유층은 소수라고 FT는 지적했다. 지난달 산탄데르 폴란드 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폴란드에 온 우크라이나 난민의 일반적인 소비는 폴란드 가구 평균 소비의 39%로 훨씬 낮다. FT는 “최소한의 물품만 가지고 국경을 넘어온 우크라이나인이 폴란드인의 평균만큼 소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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