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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선2035

네 아이의 아버지로 산다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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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정진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정진호 경제부 기자

정진호 경제부 기자

공무원 지인 중에 네 아이의 아버지(32)가 있다. 그는 한국 나이로 7·6·4·3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올해 들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수년간 이어진 육아에 아내가 지쳐서다. 막상 그가 휴직에 들어서자 아내는 곧 일을 시작했다. 생활비 부족이란 현실이 부부를 덮친 탓이다.

네 아이를 먹이고, 입히는 데 최소 월 150만원이 든다. 한글 교육을 위한 학습지 비용 등은 별도다. 정부 지원은 한 아이당 10만원이 전부다. 그는 “이전부터 맞벌이를 하고 싶었지만,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며 “당장이야 어떻게 버틴다지만 아이들이 클수록 돈이 더 들어갈 텐데 걱정이다. 우리야 어쩌다 보니 낳았지만, 이런데 누가 애를 낳겠냐”고 토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혼 자녀가 둘 이상인 다자녀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557만원이다. 교육비로만 월평균 64만4714원이 나간다. 전년보다 14.9%(8만4000원) 늘었다. 교육비 지출이 늘었기 때문일까. 다자녀 가구는 주류·담배 지출을 전년보다 4.1% 줄였다. 가계 부담에 부모는 유흥을 위한 기호식품은 포기했다.  〈중앙일보 2월 25일자 6면〉

이 같은 내용의 기사엔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특히 다자녀 부모로 추정되는 이들이 많았다. “낳을 때는 몰랐지만, 애 셋 키울수록 느끼는 게 있다. 옷은 브랜드 한번 못 사봤고, 학원비에 식비에 가스비도 올라서 아이들에게 이틀에 한 번 씻으라고 한다. 이 정도인 줄 몰라서 낳았다”, “학교에서 공부는 점점 더 안 시키고, 그런데 입시공부에 논술에 창의 수학에 할 건 더 많고” 등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떨어졌다. 2016년부터 매년 역대 최소 기록을 새로 세우고 있다. 통계를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출생아 중 첫째아 수는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다자녀가 사라진 게 최악 출산율의 주원인이다. 2016년 15만2700명이었던 둘째인 출생아는 지난해 7만6000명으로 6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인구위기대응 전담반(TF)을 출범했다. 지난 정부의 인구정책 TF와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발표한 인구위기 대응방안은 이전 정부의 것과 차이가 없다. 저출산 대응에 2006년부터 16년간 280조원을 썼다는데 만화 산업기반 조성, 게임 제작 지원 사업 예산도 여기에 포함됐다. 인구 문제 해결에 절박함이 있긴 했던 걸까.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찾자면 부동산 가격·성평등 지수·남성의 돌봄 참여 등 연구로 밝혀진 것만 나열해도 끝이 없다. 사실 댓글만 봐도 알수 있다. 일단 우리 주변 다자녀 부모가 힘들어하는 상황에선 출산율 상승은 기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