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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개딸에 “내부공격 그만”…비명 “이제와서, 비겁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5일 오후 점포 55곳이 소실된 인천 현대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5일 오후 점포 55곳이 소실된 인천 현대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5명 중 4명이 그랬다고 해도 1명은 얼마나 억울하겠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딸)들을 향해 “공격을 중단해 달라”고 당부하는 글을 썼지만 당내 내분이 잦아들긴커녕 확산하고 있다. 당장 직접 쓴 글에서 “5명 중 4명이 그랬다고 해도…”라는 표현으로 “진정성이 있느냐” “조반유리(造反有理·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을 두둔한 말)를 부추긴다”는 비이재명(비명)계의 반발을 불렀다.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자제를 당부한 건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37명의 이탈표에 대한 ‘수박(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 색출’ 사태가 발생한 지 닷새 만이다. ‘명단 제작, 문자폭탄, 제명 요청. 누가 이득 볼까요?’라는 제목의 글에서였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명단은 틀린 것이 많다. 5명 중 4명이 그랬다고 5명을 비난하면 1명은 얼마나 억울하겠냐. 누명을 당하는 심정, 누구보다 제가 잘 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 달라”며 “배제의 정치는 결코 통합의 정치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수박 7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포함한 명단까지 돌면서 개딸과 문파(문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 간 충돌까지 벌어지자 그제야 나선 것이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섰지만 강성 지지층을 자제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를 영구 제명해야 한다는 권리당원 청원은 닷새 만인 5일 오후 10시 현재 6만8600명이 동의해 지도부 답변 기준(5만 명)을 훌쩍 넘겼다. 이에 반발한 문파도 지난 3일 이재명 대표 사퇴·출당·제명 청원(3350명 동의)을 올렸다. 작성자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이 현재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토건 토착비리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 당을 분열로 이끈 장본인이기에 권리당원으로서 청원드린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자 개딸이 4일 이 대표 제명 청원 세력의 영구 제명 청원(2300명 동의)으로 맞불을 놨다.

강성 지지자 간 충돌뿐 아니라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커졌다. 친명계가 주도하는 민주당 혁신위가 “당무 감사에 권리당원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등 공천 물갈이를 위한 혁신안을 마련했다”(중앙일보 3월 3일자 6면)는 소식이 기름을 끼얹었다. 친명계 초선인 이해식 정당혁신분과위원장은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당무 감사에 당원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견”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5일 “3일 당사 앞 수박 깨기 퍼포먼스가 있던 날도, 다른 의원 입을 통해 지지자를 두둔하는 말이 나올 때도 이 대표는 가만히 있었다”며 “다 지나간 다음 이제 와서 ‘그건 내 뜻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비겁하냐”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문화대혁명 시절 모택동이 홍위병에게 ‘당신들 분노가 정당하다’는 뜻의 조반유리를 부추겨서 중국을 20년 암흑기로 끌고 갔다”며 “잘못된 팬덤 문화는 지도자들이 목소리를 내 억제해 줘야 하는데 이 대표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4일 페이스북에 “이게 다 이재명이 부추긴 것”이라며 “이제 와서 말리는 척 해봐야 군중은 자기 동력을 갖고 있어 일단 불이 붙으면 통제가 안 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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