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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대상포진 예방접종, 생색내기 아닌 제대로 된 지원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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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기고 이지영 강원도의회 의원

‘통증의 끝판왕’ 대상포진은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지속하는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하는 50대 이상부터 고령자일수록 대상포진 발병 및 합병증 위험이 크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라 대상포진 발병률도 증가 추세다. 이에 전국 60여 곳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르신 대상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사업이 어르신들을 위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상포진 백신은 ‘생백신’과 ‘면역증강제를 포함한 사백신’ 두 가지가 국내에 공급되고 있다. 생백신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약독화해 독성을 제거한 백신이다. 살아 있는 병원균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생백신을 접종하면 해당 병원균에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면역력이 떨어진 암 환자나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심장 질환, 장기 이식 등과 같은 면역 저하자들은 생백신이 아닌 사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또한 생백신은 1회 접종으로 예방 효과가 50%이며, 8년 동안 4%의 예방 효과를 보인다. 반면에 사백신은 생백신과 달리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예방 효과는 97% 이상이며, 10년 동안 87% 이상의 예방 효과가 유지된다.

문제는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대상포진 백신은 대부분 생백신이고, 상당수의 어르신은 앞서 언급한 여러 질환을 가진 면역 저하자들이다. 사백신이 생백신보다 3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자체들은 생백신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예방 효과가 월등히 높은 사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비용 효과적인 예방 전략이라고 한다.

지자체에서는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진행할 때 어떤 백신이 비용 효과적인지, 향후 전 국민의 건강에 진정으로 도움되는 것이 어떤 백신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며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결론내려야 한다. 무턱대고 가격이 싼 백신을 예방접종 지원사업의 대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똑똑한 국민이 어떤 백신을 접종하고 싶어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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