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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 인용돼 하이브 유리…SM 분쟁, 주총서 결판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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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SM엔터테인먼트는 이대로 하이브 손에 들어갈까. 지난 3일 법원이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손을 들어주면서 앞선 카카오의 SM 지분 전격 인수는 물거품이 됐다. 현재 최대 주주인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에 섰지만,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카카오가 반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3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김유성 수석부장판사)가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날 결정으로 SM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르려 했던 카카오의 계획은 무산됐다. 카카오는 법원 판결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카카오는 원점에서 새 판을 짜야 한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SM 지분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이브는 지난달 28일까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SM 주가가 13만원대까지 치솟으면서 목표 지분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는 하이브보다 높은 14만~15만원의 매수가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40%(952만4160주)를 매입하는 데 1조3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카카오가 지난 1월 사우디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 1조2000억원을 넘는 금액이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SM 경영권 분쟁에서 발을 뺄 가능성을 낮게 본다. 카카오가 SM을 포기하면 지분 인수 대신 당초 약속한 사업 협력만 이어가면서 하이브와 공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전면전을 예고한 만큼 이제 와서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또 카카오 입장에서 SM은 포기할 수 없는 지식재산권(IP)의 원천이다. SM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올해 연말 상장을 계획했던 카카오엔터의 구상에 빨간불이 켜진다. 업계에선 카카오엔터가 사우디국부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약정받을 때 SM 인수가 전제 조건 중 하나였다고 본다.

SM 경영권 분쟁의 마지막 승부처는 오는 31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다. 이날 현 SM 이사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경영진 전원이 교체되는데, 주총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를 얻은 후보는 모두 이사로 선출된다. SM 정관에 이사회 정원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서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새 이사회에 각각 추천한 후보를 몇 명이나 넣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주주인 하이브와 주요 기관투자자의 지분을 다 합쳐도 40%에 못 미치는 만큼, 양쪽 모두 소액주주의 표심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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