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시우 코치가 수호천사? 세 번째 다시 만난 고진영…이번에도 일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고진영이 한국 여자골프의 오랜 침묵을 깼다. 한국 선수들의 최근 18경기 연속 무승 부진을 털고 5일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밟았다. 이 대회 2연패이자 개인 통산 14번째 우승이다. [AFP=연합뉴스]

고진영이 한국 여자골프의 오랜 침묵을 깼다. 한국 선수들의 최근 18경기 연속 무승 부진을 털고 5일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밟았다. 이 대회 2연패이자 개인 통산 14번째 우승이다. [AFP=연합뉴스]

고진영(28)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유럽으로 향했다. 새하얀 눈이 반겨주는 핀란드를 찾았다. 골프와 전혀 관련이 없는 나라를 방문한 이유는 단 하나. 잠시라도 운동을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넘게 머문 핀란드는 선물과도 같았다. 신비로운 오로라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날렸다. 당시 고진영은 “불평하기보다는 감사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했다.

고진영은 지난해 3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손목 부상으로 고전했다. 고진영의 부진은 곧 한국 여자골프의 하락세로 직결됐다. 한때 LPGA 투어 단일 시즌 15승까지 합작했던 한국 여자골프는 지난해 4승에 그쳤다.

고진영을 비롯해 박성현·박인비 등 주축 선수들의 부진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한국 여자골프가 다시 일어섰다. 최근 18개 대회 연속 무승에서 벗어나 정상을 탈환했다.

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인 끝에 합계 17언더파로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27만 달러(약 3억5000만원). 이로써 고진영은 대회 2년 연속 우승과 함께 LPGA 투어 통산 14승을 기록하게 됐다. 또 2017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도 이어갔다. 넬리 코다(미국)가 합계 15언더파로 2위를 차지했고, 김효주는 11언더파 공동 8위, 지은희와 김아림은 합계 9언더파 공동 11위에 올랐다.

고진영은 “지난 겨울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했다.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이 있는 만큼 우승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며 “LPGA 투어에 와서 우승을 14번 했다. 그 중에서 이번이 가장 중요한 우승이다. 심적으로도 가장 치유 받은 대회가 됐다”고 말했다.

고진영 통산 14승 발자취

고진영 통산 14승 발자취

고진영은 지난 1년 동안 손목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그의 성적은 스윙 코치와의 상관 관계도 큰 것으로 보인다. 고진영은 이시우 코치와 함께 할 때는 성적이 좋았다. LPGA 투어 통산 14승 중 13승을 이시우 코치와 함께 할 때 기록했다.

둘의 인연은 2017년부터다. 고진영은 이시우 코치의 지도를 받은 뒤 그해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LPGA투어 진출권을 땄다. 이듬해 LPGA 투어 개막전에서 우승했고, 2019년에는 메이저 2승 포함, 4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0년 6월 고진영은 이시우 코치를 떠났다. 이후 고진영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는 당시 “골프 사춘기에 빠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2021년 여름 고진영은 이시우 코치에게 돌아갔다. 이후 9개월 새 6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했고, 30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도 세웠다. 고진영은 굳건한 세계랭킹 1위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3월 경, 또 이 코치와 결별했다. 이후 성적이 나빠졌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BMW 챔피언십 1라운드에선 무려 80타를 기록했다. 당시 고진영은 손목 통증을 호소했다.

고진영의 부진이 손목 부상 탓인지, 코치와 결별한 때문인지 단언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부상보다는 고진영의 스윙이 꼬인 게 가장 큰 문제인 걸로 보인다. 그걸 풀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고진영은 두 번 떠났던 선생님에게 다시 도움을 청했다. 자존심을 접고 이시우 코치에게 SOS를 쳤다. 그는 올 시즌 첫 대회인 혼다 타일랜드에서 공동 6위를 하면서 반등에 성공했고, 두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결국 우승했다.

이시우 코치는 “지난 겨울 전지훈련을 함께 했다. 고진영이 손목 위주로 볼을 치고 있더라. 손의 움직임을 줄이고 몸의 움직임을 중시하는 스윙으로 바꿨다. 이후 손목 통증이 줄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