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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4차 조사서 또 김성태와 대질…김성태 “형, 기억 좀 해봐” 되풀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쌍방울그룹에 대북송금 대납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이 “대북송금은 경기도 사업을 위한 것”이라며 기존 진술을 바꾸면서다. 검찰은 5일 이 전 부지사를 조사하면서 김 전 회장과 두 번째 1대1 대질 신문을 진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檢, 이화영 4차 조사…김성태·방용철 모두 “화영 형님”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 평화 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 이화영(오른쪽)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경기도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 평화 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 이화영(오른쪽)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경기도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이날 오후부터 이 전 부지사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15, 22, 26일에 이은 네 번째 조사다. 검찰은 쌍방울이 경기도와 북한 사이 ‘가교’ 역할을 한 아태협에 2억원의 행사비를 지원하고,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총 500만 달러를 보낸 경위에 대해 추궁했다. 앞선 조사에서 검찰은 2019년 1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북측 인사를 만나 경협합의서를 작성한 시기까지 질의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은 물론 최근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재판에서 뇌물 제공과 대가성을 인정한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과 안부수 회장 등도 이날 검찰에 출석했다. 방 부회장의 경우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한 이후 첫 검찰 조사다. 방 부회장 측은 “횡령·배임 혐의 외에 뇌물 및 정치자금,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해선 크게 다툴 여지가 없다”는 분위기다.

검찰은 먼저 이 전 부지사를 조사하고 오후 7시부터 2시간 정도 김 전 회장과 1대1로 대질을 진행했다고 한다. 지난달 15일 방 부회장 등과의 4자 대질, 22일 김 전 회장과의 1대 1일 대질에 이은 세 번째 대질이다.

김성태·방용철, 대북송금-경기도 관련성 인정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2019년 5월 김 전 회장이 중국 단둥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맺은 경제협력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여전히 이 전 부지사를 “형”이라고 부르며 “기억나지 않느냐”,“잘 생각해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는 일부 답변을 거부하거나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대해 모른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검찰은 오는 12일 이 전 부지사를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방 부회장은 지난 3일 열린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제공한 뇌물의 세부 내용을 인정하면서 대북송금과의 관련성도 함께 시인했다. 방 부회장은 “이화영 부지사를 통해 안부수를 소개받았고 대북사업을 의논했다”며 “미치지 않고선 그걸(대북송금) 누가 하겠나. (경기도와 함께 대북사업을 추진한다는) 확신이 없다면…”이라며 혐의를 인정했다. 1968년생인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를 ‘형님’으로 부르며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전 부지사를) 찾아뵙고 조언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1월 말 중국 선양에서 만난 김성혜 북한 통일전선책략실장이 “경기도 기금으로 스마트팜을 지원해준다고 했는데 (경기도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화를 내자, 스마트팜 비용 대납(500만 달러) 외에도 “경기도 쌀 10만t 지원도 추가로 약속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한 달 뒤 이 같은 내용의 친서를 안부수 회장에게 건네 북 측에 전달하게 했다고 한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 대리인인 현근택 변호사는 5일 오후 수원지검 앞 기자회견에서 “법정에서 이미 증언한 사람을 검찰로 다시 불러 증언을 번복하는 진술을 받으면, 해당 진술 조서의 증거 능력은 부정된다”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이화영 측 “檢, 공판중심주의 위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변호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가 지난달 15일 오전 수원지검 앞에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변호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가 지난달 15일 오전 수원지검 앞에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현 변호사는 “우리 대법원 판례상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검찰이) 피고인이나 증인을 소환조사 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증인의 진술을 부정하게 하는 것은 직접신문주의와 공판중심주의에 반하는데, 검찰이 거리낌 없이 재판 사항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또 "검찰이 기소 방침을 정했다면 외국환거래법이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든 빨리 기소해 재판에서 다투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 대북송금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대북사업은 본인(쌍방울) 필요에 의해 한 것”이라며 “대북사업으로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주가가 엄청 뛰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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