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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내부 공격 멈춰달라"…개딸들은 "참견 마십시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강성 지지층들의 ‘수박 색출’ 움직임과 관련해 “공격을 중단해달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 부결 관련 이탈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수박은 은어로 겉은 더불어민주당(파란색)이지만 속은 국민의힘(빨간색)이라는 뜻이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 부결 관련 이탈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수박은 은어로 겉은 더불어민주당(파란색)이지만 속은 국민의힘(빨간색)이라는 뜻이다. 뉴스1

이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명단 제작, 문자폭탄, 제명 요청..누가 이득 볼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저의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이후 우리 당 몇몇 의원님들에 대한 명단을 만들고 문자 폭탄 등의 공격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제의 정치는 결코 통합의 정치를 이길 수 없다. 민주당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져야 검사독재정권과 더 결연히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지난달 27일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되자, ‘수박(겉과 속이 다른 국회의원을 뜻하는 속어) 솎아내기’에 나섰다. 이들은 비명계 의원 살생부를 만들어 공유하고, 해당 의원들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수박 첩자 7적’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포함한 명단까지 나돌았다. 3일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선 일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모여 ‘수박깨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다음날 안호영 수석대변인을 통해 “명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등의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자제 메시지를 내보냈지만 강성 지지층들의 기류는 더욱 과격해졌다. 같은날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는 이낙연 전 대표를 ‘반란과 분열의 씨앗’으로 지칭하면서 “영구제명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청원 글이 올라와 이틀 만에 답변 기준(5만명 동의)을 넘겼다. 5일 오후 6시 기준 권리당원 6만 8000여명이 해당 청원에 동의했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당원들이 느끼는 분노와 실망감은 매우 정당하고 정의롭다”(김용민), “이런 항의가 없다면 죽은 정당”(안민석)이라며 강성 지지층을 두둔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상정에 대한 신상발언을 마친 뒤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상정에 대한 신상발언을 마친 뒤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자제령을 내린 건 이같은 ‘개딸’들의 움직임이 오히려 당의 분열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게 주변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비명계 일각에선 “자제령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냉소적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수도권의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5일 “표결하던 날도, 당사 앞 수박 깨기 퍼포먼스가 있던 날도, 다른 의원 입을 통해 지지자를 두둔하는 말이 나올 때도, 이 대표는 가만히 있었다”며 “다 지나간 다음 이제 와서 ‘그건 내 뜻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비겁하냐”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문화대혁명 시절 모택동이 홍위병에게 ‘당신들 분노가 정당하다’는 뜻의 조반유리(造反有理)를 부추겨서 중국을 20년 암흑기로 끌고 갔다”며 “잘못된 팬덤 문화는 지도자들이 목소리를 내 억제해줘야 하는데 이 대표는 그걸 전혀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 이낙연 전 당대표 영구 제명 청원 글. 인터넷 캡쳐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 이낙연 전 당대표 영구 제명 청원 글. 인터넷 캡쳐

게다가 일부 강성 지지층 커뮤니티에선 이 대표의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서 싸우는 것입니다, 그러니 참견 마십시오”라거나 “이번엔 말 안 듣겠다”는 등 반발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4일 페이스북에 “이게 다 이재명이 부추긴 것”이라며 “이제 와서 말리는 척 해봐야 군중은 자기 동력을 갖고 있어 일단 불이 붙으면 통제가 안 된다”고 썼다.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에 나가 민심을 들어보면 개딸 주장을 펴는 분은 일부고 ‘잘하고 있다, 기죽지 말라’고 말해주는 분이 많다”며 “내 소신에 확신이 있기 때문에 개딸들의 문자 폭탄을 받아도 오히려 ‘좀 부딪혀볼까’ 하는 마음이 커진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후 인천시 동구 현대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후 인천시 동구 현대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와중에서 당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 지지층과 반대층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는 친명계의 공격에 맞서 이재명 대표의 사퇴 및 출당ㆍ제명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이 현재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토건토착비리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 당을 분열로 이끈 장본인이기에 권리당원으로서 청원드린다”고 취지를 밝혔다. 청원은 5일 오후 현재 3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방화로 인해 점포 205곳 가운데 55곳이 불에 탄 인천 현대시장을 찾았다. 화재 현장 시찰을 마친 그는 본인의 사퇴 청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화재 피해에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얘기한 뒤 현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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