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불만 있습니다” 재계 덮친 ‘성과급 전쟁’

  • 카드 발행 일시2023.03.06

요즘 서울 종로구 SK그룹 서린 사옥 분위기가 무겁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직원 가운데 일부는 표정이 구겨진 채 회사 건물을 들락거린다. 또 다른 일부는 그 눈을 애써 피하려는 눈치다. 이 회사 직원 A씨는 “요즘 출근해 동료들 얼굴 보는 게 아주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회장님, 성과급에 불만 있습니다!”

성과급 때문에 생긴 일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새로운 성과급 제도를 공개했다. 우선 성과급의 명칭을 ‘인센티브 보너스(IB)’로 바꾸고, 1년간 재무 성과에 따른 숏텀 인센티브(STI)와 3년간 친환경 목표 달성도 등 비재무 성과를 포함하는 롱텀 인센티브(LTI)로 나눠 지급한다. 특히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인센티브 책정에 반영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통장에 입금되는 액수가 완전히 달라지면서다. 지난해까지 SK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온 등 8개 자회사에 모두 동일하게 지급됐던 성과급이 이제 부문별 실적에 따라 다르게 지급된다. 회사 측은 “최근 많은 기업이 사업부나 계열사별로 성과급을 다르게 지급하는 만큼 지난해 실적분부터 차등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뉴스1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뉴스1

직원들이 변했다 “내 성과급, 왜 이거밖에?”

이번 발표로 8개 자회사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호실적을 거둔 석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SK엔무브는 기본급의 최대 800%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하지만 적자를 낸 SK온(배터리)이나 SK지오센트릭(종합석유화학)에서는 아예 성과급이 나오지 않았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데도 소속 회사가 달라 받는 성과급 액수가 수천만원씩 차이 나게 된 것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직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직접 메시지(DM)를 보내 문제 제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성과급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경영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입사 2개월 미만을 제외한 모든 직원에게 400만원과 주식을 더한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현대로템·현대위아·현대트랜시스 등 그룹 내 부품 계열사 직원이 받은 금액은 300만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지난해 회사 실적이 현대차와 기아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현대모비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지난달부터 서울 사옥 사장실 옆 회의실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The JoongAng Plus 전용 콘텐트입니다.

중앙 플러스 처음이라면, 첫 달 무료!

인사이트를 원한다면 지금 시작해 보세요

지금 무료 체험 시작하기

보유하신 이용권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