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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바다 보호할 '역사적 합의' 이뤘다…“인간·자연이 지정학 압도”

중앙일보

입력

국제연합(UN·유엔)이 약 20년간의 논의 끝에 전 세계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역사적인 국제해양조약 제정에 합의했다.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으로 고통받는 공해(公海·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바다)의 해양 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최초의 조약으로 역사적 합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남태평양 피지 근해에 사는 황소상어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공해 해양 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약이 4일 유엔에서 합의되면서 멸종위기 동물들이 보호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AFP=연합뉴스

남태평양 피지 근해에 사는 황소상어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공해 해양 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약이 4일 유엔에서 합의되면서 멸종위기 동물들이 보호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BBC방송 등에 따르면 유엔 해양 및 해양법 대사 레나 리는 이날 미국 뉴욕시 유엔 본부에서 국제해양조약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약의 골자는 오는 2030년까지 공해를 포함한 전 세계 바다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어획량, 항로, 심해 광물 채굴 등 인간 활동이 제한된다. 또 환경영향평가와 해양자원을 공유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고래와 거북 등 멸종위기 동물들도 보호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CNN은 “전 세계 200여개 국가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면서 “공해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역사적인 해양 조약”이라고 했다.  

공해는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부터 대양으로 뻗은 해역을 뜻한다. 통상 각국 해안에서 200해리(약 370㎞) 밖에 있는 해역으로, 국가 관할권은 없다. 공해는 지구 전체 바다의 약 60%를 차지하지만 고작 1.2%만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어획과 항로 제한 등이 이뤄지고 있다. 어업·관광 등 일체의 인간 활동을 불허하는 절대보전해역은 단 0.8%에 불과했다.

미국 초계함(오른쪽)이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오만만 공해에서 어선에 접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초계함(오른쪽)이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오만만 공해에서 어선에 접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진정한 ‘야생지대’로 불리는 공해에 대한 관리 미비로,해양 생물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문제의식이 국제사회에 공유되면서 2004년부터 국제해양조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유엔은 당시 실무작업반을 설치했지만 국가별 입장 차이로 진전되지 못했다. 특히 해양자원 발굴에서 나오는 이익 분배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마찰이 오래 지속됐다.

지난 2015년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 개발 합의가 이뤄졌고, 지난 2018년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본격 협상이 시작됐다. 이어 지난달 20일 최종 협상이 열렸고, 2주 동안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결국 이날 48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회의 끝에 극적 타결됐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로라 멜러는 “환경보존에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분열된 세계에서, 자연과 인간을 보호한다는 원칙이 지정학을 압도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비영리단체인 퓨재단의 리즈 캐런은 “공해 보호가 기후변화의 충격에서 지구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유엔 회원국들은 합의된 조약을 공식 채택하기 위해 추후 다시 모여야 하며 조약의 실제 이행까지는 몇 가지 단계가 남아있다. 리 대사는 “합의 내용이 크게 변하거나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외교부·해양수산부·한국해양과학기술원·국립해양생물자원관·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인사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을 파견해 이번 협상에 참여했다. 정부는 서명 및 비준 절차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필요한 국내 입법도 정비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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