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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1승에도 카카오 발 못뺀다? 'SM 전쟁' 마지막 승부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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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는 이대로 하이브 손에 들어갈까. 지난 3일 법원이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손을 들어주면서 앞선 카카오의 SM 지분 전격 인수는 물거품이 됐다. 현재 최대 주주인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에 섰지만,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카카오가 반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 카카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 카카오

셈법 복잡해진 카카오

지난 3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김유성 수석부장판사)가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날 결정으로 SM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르려 했던 카카오의 계획은 무산됐다. 카카오는 법원 판결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카카오는 원점에서 새 판을 짜야 한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SM 지분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이브는 지난달 28일까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SM 주가가 13만원대까지 치솟으면서 목표 지분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는 하이브보다 높은 14만~15만원의 매수가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40%(952만4160주)를 매입하는 데 1조3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카카오가 지난 1월 사우디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 1조2000억원을 넘는 금액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연말 상장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연말 상장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이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도 선택지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하이브(14.80%)와 이수만(3.65%)을 제외한 주요 주주 중 KB자산운용(5.12%)과 국민연금공단(4.32%), 컴투스(4.20%) 등이 대상이다. SM이 지난달 27일 매입 및 소각을 예고한 635억원 규모의 자사주(1.0%)를 카카오와 교환하는 방법도 있다.

카카오가 SM 경영권 분쟁에서 발을 뺄 가능성은 없을까. 업계는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만에 하나 카카오가 SM을 포기하면 지분 인수 대신 당초 약속한 사업 협력만 이어가면서 하이브와 공생할 수도 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지난달 21일 “카카오가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전제로 해당 사업적 제휴 내용이 SM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두었다. 하지만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전면전을 예고한 만큼 이제 와서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비욘드 코리아’ 제동 걸리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카카오의 중도하차가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올해 사업 확장의 분기점을 맞은 카카오는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기치로 내걸고 글로벌 콘텐트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 SM은 포기할 수 없는 지식재산권(IP)의 원천이다.

SM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올해 연말 상장을 계획했던 카카오엔터의 구상에 빨간불이 켜진다. 업계에선 카카오엔터가 사우디국부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약정받을 때 SM 인수가 전제 조건 중 하나였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가 법원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아들고도 SM 지분 확보를 포기할 가능성이 작다고 점쳐지는 이유다.

박정호 명지대 산업대학원 특임교수는 “카카오는 콘텐트 기업을 인수 합병하거나 그들과 제휴해서 몸집을 키우는 걸 명분으로 중동 자금을 투자받은 상황이다”며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까지 고려해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자금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설득 나선 하이브·카카오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연합뉴스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연합뉴스

SM 경영권 분쟁의 마지막 승부처는 오는 31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다. 이날 현 SM 이사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경영진 전원이 교체되는데, 주총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를 얻은 후보는 모두 이사로 선출된다. SM 정관에 이사회 정원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서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새 이사회에 각각 추천한 후보를 몇 명이나 집어넣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주주인 하이브와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을 다 합쳐도 40%에 못 미치는 만큼, 양쪽 모두 소액주주의 표심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2일 주주제안 캠페인 페이지 ‘SM 위드 하이브’(SM with HYBE)를 열고, 박 대표와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가 직접 미래 구상을 설명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3일엔 방시혁 의장이 직접 나서 본격적인 여론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방 의장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SM 같이 훌륭한 회사가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한 점이 오랫동안 슬펐다”며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지배구조 문제를 대부분 다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SM은 방 의장 인터뷰 공개 직후 “하이브는 그들이 지적한 SM 지배구조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이수만 전 총괄과 손잡고 SM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며 “하이브의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또다시 대주주(이수만)만을 위한 SM으로 퇴행할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SM은 소액주주에게 직원을 보내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거나, 하이브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발송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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