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식에서 시진핑(왼쪽) 국가주석이 리커창(오른쪽)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세 번째 임기 첫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2023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국이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 지난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보수적 목표인 ‘5% 안팎’을 발표했다. 일각에서 지난해 기저효과 등을 고려해 5.5% 내지는 6% 목표를 제시해 경제 회복에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는 관측으로만 끝났다.
5% 성장 목표를 놓곤 오는 10일 표결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세번째 국가주석에 취임하며 시작하는 ‘시진핑 3기’를 시작하는 정치적 부담감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세계 경제의 부진, ‘위드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더딘 내수 회복,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지난해 5.5% 성장 목표를 제시했지만 ‘제로 코로나’에 따른 상하이 봉쇄와 연말 코로나19 확산으로 3.0% 성장에 그쳤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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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경제 운용으로 신규 일자리 목표치는 1200만명을 제시했다. 지난해 1100만 명보다 100만 명 늘렸고, 도시 실업률은 5.5% 좌우로 관리할 방침이다. 물가 상승률은 3.0% 안팎에서 억제하고, 재정 적자율은 3.0%로 지난해 2.8%보다 높여 책정했다.
경제와 달리 국방 예산은 지난해보다 7.2% 늘어난 1조5537억 위안(한화 293조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2020년 6.5% → 2021년 6.8% → 2022년 7.1%에 이어 3년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의 올해 국방비 57조원의 5.14배, 일본 방위비 65조원의 4.5배에 이르는 액수다.
국방비 증액 이유로는 대만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커창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에서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를 중심에 놓고, 투쟁하고 전쟁을 준비하며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20년 이후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인 오는 2027년 8월 1일까지 국방 현대화와 대만 통일을 달성한다는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중난하이 북원 중국 국무원 청사에서 13기 국무원 임직원 기념 촬영 장면. 트위터 캡처
리커창 총리는 이날 정부업무보고 원고를 절반 가까이 줄여 54분간 낭독하는 것으로 임기 10년의 총리직을 마무리했다. 떠나는 그는 차기 정부를 향해 “정부의 업무에 대한 인민 군중의 의견과 건의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과도한 방역 정책에 대한 민간의 불만 여론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다. 리 총리는 또 “문제와 도전에 부딪히고 마음과 힘을 다해 정부 업무를 개진(改進)해 인민의 중요한 위탁을 저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리 총리의 후임인 리창(李强) 차기 총리는 오는 11일 전인대 대표 2948명의 표결로 확정된 뒤 13일 폐막일 내외신 기자회견으로 본격적인 총리 업무를 시작한다. 앞서 지난해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리커창 총리는 “뜻은 쉬운 일을 구하지 않았고, 일은 어려움을 피하지 않았으며, 행동은 위험을 피하지 않았다”고 지난 임기를 자평했다.
떠나는 리커창 “하늘이 보고 있다”
리 총리는 지난 2일 13기 국무원(정부) 임직원 전원과 국무원 청사인 중난하이(中南海) 북원에서 송별 사진을 촬영했다. 당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리 총리의 베이징대학 동기인 변호사 타오징저우(陶景洲)의 트위터를 통해 펴졌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검열로 삭제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촬영장에서 리 총리는 마지막 송별사로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天在看)”는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유비 사후 8번째 북벌을 앞두고 했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