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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싱가포르에서 통산 14승…눈물의 HSBC 2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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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진영. AFP=연합뉴스

고진영. AFP=연합뉴스

고진영(28)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유럽으로 향했다. 새하얀 눈이 반겨주는 핀란드를 찾았다. 골프와 전혀 관련이 없는 나라를 방문한 이유는 하나. 잠시라도 운동을 잊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시간을 쏟고 싶어서였다.

일주일 넘게 머문 핀란드는 선물과도 같았다. 영하 20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천혜의 자연환경과 신비로운 오로라를 보며 스트레스를 날렸다. 뒤이어 프랑스 파리까지 찾은 고진영은 “내가 원하는 삶이든 아니든 언제는 제대로 산 적이 있었을까. 불평하기보다는 감사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했다.

고진영은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3월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손목 부상으로 고전했다. 고진영의 부진은 곧 한국 여자골프의 하락세로 직결됐다. 한때 LPGA 투어 단일 시즌 15승까지 합작했던 한국은 지난해 단 4승만 거뒀다.

고진영을 비롯해 박성현, 박인비 등 주축 선수들의 부진과 공백으로 신음하던 한국 여자골프가 마침내 침묵을 깼다. 최근 18개 대회 내리 무승에서 벗어나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중심에는 역시 고진영이 있었다.

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17언더파 27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타차 단독선두로 출발한 마지막 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엮어 3타를 줄이면서 정상을 지켰다.

이로써 고진영은 이 대회 챔피언을 자리를 사수했다. LPGA 투어 통산 14승. 우승상금은 약 3억5000만 원이다. 또, 2017년 비회원으로 출전했던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하는 대기록도 이어갔다.

고진영은 파4 1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면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 사이 다니엘 강과 넬리 코르다가 계속해 타수를 줄이면서 압박해왔지만, 5번 홀(파5)과 8번 홀(파5)에서 연속해 버디를 잡으면서 리드를 유지했다.

유일한 흠은 11번 홀(파4)에서 나왔다. 파를 지키지 못하고 1타를 잃었다. 그러나 파5 13번 홀 버디로 이를 만회했다. 15번 홀(파3)을 마친 뒤에는 급작스러운 폭우로 한동안 경기가 지연됐지만, 후반 막판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으면서 선두를 지켰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에는 뜨거운 눈물도 함께 흘렸다.

한편 이 대회 준우승은 15언더파의 코다가 차지했다. 김효주는 11언더파 공동 8위, 지은희는와 김아림은 9언더파 공동 11위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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