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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본·기술, 美 안보위협 안된다"…WSJ "對中 민간투자도 제한"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등 잠재적 적국의 특정 산업에 대한 미국 민간 자본의 투자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새 규제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외신은 미국이 그동안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늦추기 위해 주요한 기술 및 제품의 수출은 통제해왔지만, 민간 자본의 투자를 금지한 적은 없어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조만간 미국 민간 자본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조만간 미국 민간 자본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중국의 군사·정부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첨단기술 분야 등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 준비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해, “두 부처가 미국에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외국의 첨단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규제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해당 규제가 어떤 국가를 염두에 두고 마련 중인지와 미국에 안보 위험을 초래할 첨단 기술의 종류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WSJ는 ‘경쟁국의 군사 역량을 진전시킬 수 있는 분야’에 규제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의 군사력 발전 속도와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금 및 전문 지식을 중국 기업에 제공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면서 “첨단 반도체,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번 규제 제한 조치는 AI나 암호해독 기술과 같이 국가 안보와 연관될 가능성이 명백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정조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에 따르면, 그간 미국은 해외 자본의 미국내 투자에 대해선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심의했지만 미국 투자자와 기업의 해외 투자를 제한한 적은 없다. 실제로 미국 의회 및 일부 주(州) 정부가 국가 안보 침해 우려가 있다고 파상공세 중인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도 세쿼이아 등 미국 벤처캐피털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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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규제가 시행될 경우, 기업의 자유로운 해외 투자를 국가가 차단한 셈이어서 상당한 혼선이 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미국 정·재계 일각에선 “미국이 아닌 제3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미국이 자국 기업들만이 아니라 동맹국과 우호국에도 안보상 중요한 첨단기술 분야에선 중국 투자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를 막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 최고의 벤처 기업가들과 우리의 노하우·자금·반도체·AI 기술 등이 중국 군사용으로 쓰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수개월 전부터 해외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를 준비해 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9월 글로벌 신흥기술 서밋 연설에서 “수출통제가 포착하지 못하는 민감한 기술의 국외(아웃바운드) 투자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럽연합(EU) 등과의 협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요 7개국(G7)에도 대(對) 중국 투자 제한 조치에 대한 동참 여부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한편,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네덜란드가 동참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방침’에 “한국을 동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네덜란드·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합의 실마리’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깨지는 것을 막으려면 독일과 한국이 수출 통제에 합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국기.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국기. AP=연합뉴스

CSIS는 해당 보고서에서 “한국은 칩 제조 분야의 선두주자”라며 “규모는 작지만, 정교한 제조장비 생산국”이라 평가했다. 이어 “이런 국가가 대중 수출통제에 동참하면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 행정부를 향해 “주요 동맹국들의 투자 조정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수출통제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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