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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희귀병약' 기적 그 뒤…백지영, 2년 만에 또 나선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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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백지영이 척수성근위축증(SMA) 환자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 노바티스

가수 백지영이 척수성근위축증(SMA) 환자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 노바티스

 "한 아이의 탄생은 우주의 탄생입니다. 저마다 우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우주를 잘 지키고 키워내는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게 내가 세상에 태어나 한 일 중 가장 감사한 일입니다."

척수성근위축증 신생아검사 캠페인 나선 백지영 인터뷰

 하임이(6) 엄마 가수 백지영은 아이의 출생을 '우주의 탄생'에 비유한다. 백지영이 세계희귀질환의 날(2월 28일)을 맞아 척수성근위축증(SMA)이라는 희귀병 아이들을 위해 2차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중앙일보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백지영은 한국노바티스·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와 함께 2분 27초짜리 뮤직비디오 '너라는 우주의 탄생'을 만들어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11명의 SMA 아이들 환자와 같이 노래한다. 백지영은 "너란 우주의 그 시작을 비춰준 너라는 기적을 지켜줄게, 어둠이 찾지 못하게 널 지켜줄게"라고 노래한다. 중간과 끝 부분에 "다음 세대를 위해 신생아 선별검사에 척수성근위축증을 포함해 주세요"라고 호소한다.

 SMA는 SMN1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운동 신경세포를 만들지 못해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유전질환이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생후 24개월 안에 95%가 목숨을 잃는다.

 백지영은 2년 전 1차 캠페인에서 SMA를 세상에 알렸고, 졸겐스마라는 20억원짜리 초고가 치료제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데 크게 기여했다. 건보 덕분에 환자가 최고 580만원만 내면 된다. 지난해 9명에게 투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취지가 좋아서 흔쾌히 참여하게 됐는데, 이렇게까지 깊이 공감하면서 마음을 다해 참여하게 될지 몰랐다. 앞으로도 더 오래 하고 싶다. 캠페인을 통해 힘을 얻는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휠체어에 앉은 아이들을 보면서 겸손해지고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이번 캠페인의 목적은.    
아기가 태어나면 일부 신생아 선별검사(무료)를 받는데, SMA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들었다. SMA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빠르게 진단해서 치료받으면 효과가 좋아서 평생 증상을 겪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귀한 일이다. 이렇게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애들이 얼마나 귀한가. 한 명도 빠짐없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다.
가수 백지영이 척수성근위축증(SMA) 환자들과 뮤직비디오 '너라는 우주의 탄생'을 찍고 있다. 사진 노바티스

가수 백지영이 척수성근위축증(SMA) 환자들과 뮤직비디오 '너라는 우주의 탄생'을 찍고 있다. 사진 노바티스

1차 캠페인을 해보니 어땠나. 
너무 뿌듯했다. 아이들과 같이 녹음하고 뮤직비디오를 만든 것뿐인데,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뮤직비디오를 본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가 보험 급여가 되어 아이들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치료 받는 아이들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나.
아이들이 의기소침하거나 소극적이면 어떡할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휠체어를 탄 채 달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더라. 상상 이상의 에너지를 뿜는다. 어떤 아이는 하임이 선물(머리핀)을 주더라.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노래할 때마다 진심이 느껴졌다. 기억에 남는 아이를 어떻게 한 명만 꼽을 수 있겠나. 
아이 부모가 선별검사를 받으려고 할까.  
우리 모두 한 때 어린아이였고, 헤아릴 수도 없는 도움을 받고 자랐다. 아이들이 보편타당한 도움과 보호를 받는 게 혜택이 아니라 권리라는 사실에 깊이 공감한다. 
정책 당국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약이 있어도 건강보험이 안 되면 쓰지 못했 듯이 보험이 되는 약이 있어도 치료 시기를 놓치면 소용 없다고 들었다.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희귀병 아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너라는 우주의 탄생도, 그 우주가 자라나는 과정도 정말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다.  

☞◇신생아 선별검사=조기 발견, 조기 치료를 위해 정부가 권고하는 무료 검사. 1985년 도입돼 선천성 대사이상질환, 난청 등 50여개 검사로 확대됐다. 치료제가 있는 희귀질환인 SMA를 비롯해 고셔병·뮤코다당증 등의 리소좀 축적질환 검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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