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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는데 29억, 부수는데 3억…영등포 '엿가락 육교' 7년만에 철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엿가락’처럼 휘어 내려앉은 서울 영등포 도림보도육교가 결국 철거된다. 30억원 가까이 들여 지은 육교를 10년도 쓰지 못하고 부수게 됐다. 철거엔 3억원 넘는 예산이 또 쓰인다.

5일 서울 영등포구에 따르면 구는 도림보도육교 철거 공사를 맡을 업체를 최근에 선정해 계약을 완료했다. 이달 중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다음 달 말까지는 철거를 마무리하겠단 게 구의 계획이다.

지난 1월3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아 통행이 금지된 모습. 뉴스1

지난 1월3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아 통행이 금지된 모습. 뉴스1

4월 말까지 철거…다시 지을진 '미정'

도림보도육교는 도림천을 사이로 둔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연결하는 보행교다. 길이 104.6m에 폭 2.5m 규모로, 철강재를 삼각형으로 엮어 만든 트러스 구조에 교각이 없는 아치 형태다. 총사업비 28억8000만원을 들여 착공해 2016년 5월 개통했다.

지난 1월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역 인근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아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월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역 인근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아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도림보도육교는 올 1월 3일 한밤중에 내려앉았다.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지대나 난간 등 일부 시설물이 파손됐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이동하는 데 불편함을 겪고 있고, 수해 예방 측면에서도 철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철거 공사 업체와 맺은 계약 금액대는 3억3000만원이라고 한다. 철거 후 다시 육교를 건설할지에 대해선 정해지지 않았다.

사고 원인, 아직 밝혀지지 않아

이 육교는 제3종 시설물로 분류돼 1년에 두 차례 정기 안전점검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2월 15일까지 진행된 점검에선 ‘A등급’(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누리집에 ‘육교 외형에 변형이 생겨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별다른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고 육교는 내려앉았다.

영등포구는 사고 발생 이후 외부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꾸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역시 사고발생 원인을 분석 중인 국토교통부 국토안전관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한 자문위원회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조만간 국토안전관리원의 조사 결론이 나올 것으로 안다”며 “자문위는 그 내용을 살펴보고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아있는 모습. 뉴스1

지난 1월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아있는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시설물 정밀 진단 추진

한편 서울시는 도림보도육교와 같은 제3종 시설물이나 비법정 시설물에 대해 관리 ‘사각지대’가 있다고 보고, 정밀점검 및 진단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도로시설물 총 1207개 중 정기적인 정밀점검·진단을 하지 않는 시설물(제3종·비법정)은 859개(71%)에 달한다. 그간 시는 한강 교량 등 대규모 1·2종 시설물에 대해서만 정밀 관리를 진행해 왔다. 도림보도육교와 같은 제3종 시설물은 이보다 낮은 수준의 정기 점검만 이뤄졌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안에 정밀점검·진단 우선순위를 정해 2025년까지 제3종·비법정 시설물의 안전을 확인해나갈 예정이다. 시는 지난달 이런 내용이 담긴 2023년 업무 계획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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