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데르센상 이수지 작가 "한국 그림책 '새로운 물결' 인가 싶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데르센상 수상자 이수지 작가. 지난해 수상 발표 직후 서울 광진구 작업실에서의 모습이다. 강정현 기자

안데르센상 수상자 이수지 작가. 지난해 수상 발표 직후 서울 광진구 작업실에서의 모습이다. 강정현 기자

 "그림책 갖고 뭘 해보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전시나 협업 제안, 전 세계 한국문화원의 초대 제안도 많이 받았죠. 제가 원래 하던 일이 있으니 대부분 거절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림책이 좋은 콘텐트란 걸 발견하신 거 같아요. 어린이와 어른을 다 아우르는 매체니까."

세계 최대 볼로냐아동도서전서 #수상작가로 개인전·강연회 열어 #올해 라가치상도 한국 4편 수상 #

 지난해 이맘때, 한국 작가로는 사상 처음 세계적 권위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이하 안데르센상) 수상자가 된 이수지(44) 작가는 지난 1년을 이렇게 돌이켰다. 그가 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볼로냐아동도서전 참석차 이탈리아로 출국하기 전 미리 전화로 만났다.

 올해로 60회를 맞는 이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도서전. 국제아동도서협의회가 주관해 2년에 한 번 시상하는 안데르센상의 지난해 수상자도 여기서 발표됐다. 당시 집에서 온라인으로 발표를 지켜봤던 이 작가는 안데르센상 수상자로서 올해 도서전 중심 무대에 선다.『거울 속으로』, 『그림자 놀이』, 『파도야 놀자』등 '경계 3부작'을 비롯한 그의 그림책 원화 등을 선보이는 개인전이 열리는가 하면, 젊은 작가들 대상으로 워크숍·마스터 클래스 등도 연다. 개인전 일부 전시는 볼로냐현대미술관으로도 이어진다.

올해 일러스트레이터즈 애뉴얼'표지. 이수지 작가의 솜씨다. [사진 볼로냐아동도서전 홈페이지]

올해 일러스트레이터즈 애뉴얼'표지. 이수지 작가의 솜씨다. [사진 볼로냐아동도서전 홈페이지]

매년 이 도서전이 펴내는『일러스트레이터즈 애뉴얼』의 이번 표지도 그의 솜씨가 장식했다. 전 세계 지원작 중에 선정한 작품을 담은 카탈로그이자, "신인 일러스트레이터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책이다.

그는 "해외 도서전에 갈 때마다 탄탄한 고전적 그림책과 함께, '이런 것도 그림책으로 가능해?' 할 만큼 형식이나 주제가 놀라운 그림책을 보며 환기도 되고 자극을 받는다"며 "한국 작가들도 예전에 비해 더 다양해지고 실험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에 한국 작품이 네 편이나 선정된 것을 언급하면서다. 이 도서전이 주관해 매년 부문별로 시상하는 이 상 역시 아동도서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이름난 상이다.

한국작품은 지난해에는 이 작가의 『여름이 온다』와 최덕규 작가의 『커다란 손』이 각각 픽션 부문, 논픽션 부문 '특별언급'을 받았다. 올해는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 미아 작가의 『벤치, 슬픔에 관하여』, 김규아 작가의 『그림자 극장』, 윤희대 작가의 『하우스 오브 드라큘라』가 모두 부문별 '특별언급'에 선정됐다. 이들 수상작의 면면을 두고 이 작가는 "전과 다르게 새로운 출판사나 독립출판사, 신인 작가가 여럿이라 흥미롭다"며 "'새로운 물결'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지난해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이수지 작가가 안데르센상 수상자로 발표되는 모습. [비룡소, 연합뉴스]

지난해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이수지 작가가 안데르센상 수상자로 발표되는 모습. [비룡소, 연합뉴스]

 그에게 K팝 등 한국 대중문화만 아니라 한국 그림책이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대중문화 쪽과 비교해 "여기는 자본의 힘은 전혀 없는 것이 차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도서전에 다녀보면 한국 그림책은 젊다는 느낌을 받아요. 늘 하던 거,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게 아니라 펄떡펄떡 뛰는 날 것의 에너지가, 뭔가 해보려는 시도가 넘쳐요. 그게 전달이 되는 거 같고,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그 역시 그림책에 대한 고정관념과 사뭇 다른 작업을 해온 터. 지난해 수상 이후 국내 대중적 관심이 한껏 높아진 것을 두고 그는 "그림책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으면, 그래서 더 다양한 독자층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9일까지 열리는 이번 도서전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주도로 각 출판사가 참여한는 한국관 외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이지은·최덕규 등 네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전시관도 마련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