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지난 6개월은 20여 년 정치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이었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번주 전당대회를 거쳐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면 지난해 9월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 체제가 막을 내린다. 정진석 비대위는 이준석 전 대표가 '주호영 비대위'에 대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뒤 구성됐다.
당시 국회부의장이었던 정 위원장은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천신만고 끝에 이뤄낸 정권교체라는 기적이 빛바래 가는 상황이었다"며 "비대위원장직이 피할 수 없는 험한 자리이기 때문에 독배를 받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위원장 취임 후 그는 당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전국 현장 비대위를 개최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또한 당 내부 조직 정비에 나서 사고 당협의 당협위원장 선출을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출범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로드맵도 짜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정 위원장은 '7대3'(당원투표 70%·일반 국민 여론조사 30%)의 대표 선출 규정을 일반 국민 여론조사 없는 '당원 투표 100%'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비윤계'의 반발이 있었지만 그는 "당 대표는 당원들이 뽑는 게 맞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울러 당 대표의 대표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보수 정당 사상 처음으로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하는 결선 투표제를 도입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왔다. 집권 여당을 안정시키겠다, 윤석열 정부의 발진(發進)을 제대로 뒷받침하겠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부족한 사람이 하루하루 안간힘을 썼다.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밤들이 많았다"고 적었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를 마무리하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악화되는 경제지표를 볼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고, 다수의석을 앞세워 힘자랑하는 민주당의 입법 횡포를 막는 데 역부족인 현실이 참으로 야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1987년 체제 이후 이렇게 막가파식으로 의회를 운영한 제1야당이 있었을까"라며 "난제들을 다음 지도부에 넘기면서, 마음이 너무나 무겁다"라고 적었다.
정 위원장은 "대과 없이 비대위원장직을 마무리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리 당원들의 뜨거운 지지와 성원 덕분"이라며 "전당대회가 끝나면, 비상대책위원장직 수행으로 소홀했던 제 고향 공주·부여·청양 주민들을 더 많이 찾아뵙고 인사드릴 생각이다. 내년 4월, 승리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그 날을 그려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