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개고기 안먹어요"…'한마리 220만원' 금값 된 이 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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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한 흑염소 요리 전문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염소탕. 김정석 기자

대구 수성구 한 흑염소 요리 전문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염소탕. 김정석 기자

3일 대구 수성구 한 흑염소 전문요리점. 메뉴판 위에 A4용지로 인쇄한 ‘가격인상안내’가 붙어 있었다. 뚝배기에 내오는 탕은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양이 더 많은 포장은 3만원에서 3만2000원으로 각각 올린단 내용이었다. 단골로 보이는 40대 손님이 인상 이유를 묻자, 주인은 손사래를 치며 “염소 가격이 말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주인은 “살아 있는 염소 가격이 ㎏당 2만원 안팎으로 1년여 사이에 2배 정도 올랐다”며 “도축·유통까지 더한 최종 도매가는 훨씬 더 비싸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서 “5년 전만 해도 도축 염소고기 가격이 한 마리에 30만~40만원 정도였는데 최근에 한 마리치 염소고기를 220만원에 구입했다”고 덧붙였다.

치솟은 염소 가격

염소 가격이 치솟고 있다.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점차 줄어들면서 그 대체품으로 염소 고기가 뜨면서다. 염소를 찾는 수요는 늘었는데, 생산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자 가격에 영향을 줬다.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한 흑염소 전문요리점에서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가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한 흑염소 전문요리점에서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가 붙어 있다. 김정석 기자

5일 한국흑염소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전국 산지 염소값(생체)은 1㎏에 거세 염소 2만1500원, 비거세와 암염소는 1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1㎏에 1만7000원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26%, 가격이 크게 오르기 전인 2021년 7월 1㎏당 1만3000원과 비교하면 65%나 올랐다. 생후 3개월 된 암염소를 뜻하는 ‘젓띄기’는 같은 기간 ㎏당 1만3000원에서 3만원으로 배 넘게 뛰었다.

고기용 염소 한 마리 무게가 평균 60~70㎏인 점을 감안하면 염소 마리당 150만원꼴이다. 5년 전만 해도 염소 한 마리 가격은 10만~15만원 정도였다. 염소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가격이 폭락, ‘염소 파동’이 일어났던 2018년 정부는 염소 농장을 폐업하는 농가에 염소 1마리당 16만원의 정부지원금을 지급했다. 당시 염소 농가들은 정부지원금이 합당하다고 보고 농장을 폐업했다.

대구 수성구 한 흑염소 요리 전문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염소고기. 김정석 기자

대구 수성구 한 흑염소 요리 전문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염소고기. 김정석 기자

반려동물 인구 늘면서 염소탕 인기

5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은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많아지고 개고기에 대한 인식자체가 변하면서다. 사단법인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0∼11월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다”고, 89%는 “앞으로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개 식용 금지 여론 확산에 따른 정부 차원의 조치도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9월 개 식용 금지 방안을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같은 해 12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개 사육농가와 음식점 등에 대한 실태 조사가 추진됐고, 불법 도축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개고기나 보신탕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체품목인 염소 고기를 찾는 인구는 대폭 늘었다. 하지만 2018년 염소농가가 대거 폐업한 영향으로 염소 고기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북 김천시 한 염소농장에서 염소들이 사육되고 있는 모습. 사진 독자

경북 김천시 한 염소농장에서 염소들이 사육되고 있는 모습. 사진 독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염소 사육 두수는 2019년 57만2305마리에서 2021년 44만3000마리로 23% 가까이 줄었다. 염소사육업계는 2018년 염소 고기 수입 증가에 따른 염소값 폭락으로 정부가 염소 농가 폐업 지원에 나서면서 급감한 사육 두수가 회복되지 못하고 보고 있다.

“가격 최소 2~3년은 높게 유지…적정선 찾아야”  

구태규 한국염소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은 “염소 가격이 뛴 원인은 보신탕 대체품으로 염소 고기를 찾는 인구는 늘어난 반면 염소 개체 수는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당에서는 국내산 염소와 수입산 염소를 섞어 파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시 한 염소농장에서 염소들이 사육되고 있는 모습. 사진 독자

경북 김천시 한 염소농장에서 염소들이 사육되고 있는 모습. 사진 독자

염소 가격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구 사무국장은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찾기까지 최소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염소 농가나 유통업자, 식당, 소비자 모두가 힘들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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