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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23만명 몰렸다…모임통장 뭐길래, 토스도 나섰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중은행의 ‘통장 독점’을 깨기 위한 인터넷 은행과 비은행권 금융사의 노력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은행은 시중은행이 독점하는 급여통장을 벗어나 ‘모임통장’, ‘파킹통장’ 등에서 틈새 찾기를 시도 중이다. 계좌 개설권이 없는 카드·보험사 같은 비은행 금융사들은 이참에 자체 계좌를 만들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카카오 아성 ‘모임통장’에 토스 도전장

토스뱅크

토스뱅크

4일 토스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한 모임통장의 가입자는 23만8000계좌다. 출시 한 달 만에 집계한 수치인데, 예상을 넘는 호응이라는 내부 평가다. 모임통장이란 친구·동아리·동호회 등 각종 모임의 회비를 모으고 비용을 관리할 수 있는 통장이다. 기존 모임통장은 모임장(長) 1명만 출금·결제 권한을 가졌으나 토스뱅크 모임통장은 공동모임장도 본인 명의의 모임카드 발급과 결제 및 출금이 가능하다

여러 명이 한 계좌를 함께 쓸 수 있는 ‘모임통장’은 인터넷 은행이 거의 유일하게 시중은행의 독점을 깬 분야다. 모임통장 특성상 정보통신(IT) 기술이 필요해, 시중은행보다는 인터넷 은행이 하기 수월하다. 현재 모임통장 업계를 평정한 카카오뱅크의 가입자는 1350만명이 넘는다. 반면 우리·하나·신한은행이 출시한 모임통장은 모두 서비스를 종료했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만 모임통장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고, KB국민은행이 유지하는 상품은 커플통장 개념으로 2인만 사용할 수 있다.

후발주자인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 아성을 넘기 위해 파격적 조건을 내걸며, ‘파킹통장’에 이은 ‘모임통장’ 2차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달 말까지 토스뱅크에 모임통장을 개설하거나, 모임원을 추가하면 1인당 최고 1만원의 모임지원금을 준다. 또 수시입출금통장과 동일한 연 2.2%의 금리 혜택과 체크카드 사용 시 캐시백도 제공한다. 카카오뱅크와 달리 모임통장을 여러 명이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토스뱅크가 모임통장 대전에 뛰어들면서 케이뱅크도 조만간 관련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급여통장 독점에 틈새 찾기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인터넷 은행이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 모임통장 같은 새 상품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시중은행의 급여통장 장악력이 막강해서다. 급여통장은 매달 상당량의 자금을 손쉽게 유치할 수 있지만, 이자는 낮아 대표적 저원가성 예금에 속한다. 인터넷 은행과 달리 기업대출이 가능한 시중은행은 회사와 대출 계약을 맺으면서, 급여통장도 손쉽게 유치한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대규모의 자금을 싼값에 유치할 수 있는 구조다. 시중은행은 급여통장을 바탕으로 대출과 카드 등 연계 금융 상품도 손쉽게 팔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급여통장을 ‘꿈의 통장’으로도 부른다. 기업 대출이 불가능한 인터넷 은행은 급여통장 유치에 한계가 있다.

급여통장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모임통장도 공동 회비나 곗돈 등의 명목으로 적지 않은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시중은행보다 수신능력이 떨어지는 인터넷 은행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고객을 모으는 이른바 ‘집객’ 능력도 모임통장의 강점이다. 한 인터넷 은행 관계자는 “모임통장 1개를 개설하면 이와 관련 가입자가 많게는 10명 가까이 모인다”면서 “신규 사업자인 인터넷 은행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이 모여야 다른 상품 접근도 가능하다”고 했다.

비은행권 금융사도 “통장 달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시중은행의 통장 독점에 도전장을 낸 것은 인터넷 은행뿐만이 아니다. 카드사와 보험사 같은 비은행권 금융사도 최근 은행처럼 계좌를 개설할 권한을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 중이다. 지난해 사실상 무산된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독·과점 해소” 지시 이후 금융당국이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자, 규제 완화를 노릴 적기라고 판단했다. 증권사도 법인 대상 지급 결제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 중이다. 이럴 경우 기업들이 증권사 계좌에 급여를 바로 예치할 수 있어, 은행권의 통장 독점이 깨지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도 지난해와 달리 소비자 효용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과거처럼 업권간 이해관계 측면이 아니라 국민의 효용 증진 즉 은행권 경쟁촉진과 함께 금융안정,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규제 완화 시 예금자 보호 기능이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은행권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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