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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탕 괴뢰말 사용시 노동교화형"…남한 말투 단속 나선 北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올해 기어이 풍요한 가을을 안아올 열의에 충만하다"라면서 재령군 래림농장의 모습을 소개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올해 기어이 풍요한 가을을 안아올 열의에 충만하다"라면서 재령군 래림농장의 모습을 소개했다. 뉴스1

최근 북한에서 ‘남한 말투’를 사용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자 북한 당국이 남한 말투 사용에 대한 징계를 내리는 내용의 법안을 제정했다.

지난 1월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평화문화어보호법의 해설안 격인 ‘새로 채택된 평화문화어보호법의 요구를 잘 알고 철저히 지켜나간 데 대하여’ 문건에서 북한 내 한류 확산 등에 대한 처벌 내용이 확인됐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문건에선 남한 말투를 ‘괴뢰말’로 규정하며 “어휘, 문법, 억양 등이 서양화, 일본화, 한자화되어 조선어의 근본을 완전히 상실한 잡탕말로서 세상에 없는 너절하고 역스러운쓰레기말”로 정의돼 있다.

법 58조에 따르면 남한 말투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통보문, 전자우편을 주고받거나 남한 말투로 표기된 인쇄물, 녹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같은 것을 만든 사람은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하게 된다. 59조에 따르면 남한 말투를 가르치거나 해당 말투가 포함된 인쇄물, 녹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등을 유포한 사람은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죄질이 무거운 경우,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할 수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광범위한 사상과 문화를 다루고 있다면 평양문화보호법은 특히 언어 사용과 관련해, 그다음 한국식 말투를 막는 데 핵심 목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식 말투, 즉 한류의 영향이 북한에 깊숙이 확산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청년층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남한 드라마나 영화 등 한류 콘텐트가 유포되면서 서울 말씨와 영어식 표현을 사용하는 추세다. 지난 2021년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남친(남자친구)’, ‘쪽팔린다(창피하다)’를 비롯해 남편을 ‘오빠’, 남자친구를 ‘자기야’로 부르는 행위 등 남한식 말투와 호칭을 강하게 단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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