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양인처럼 해선 큰일 난다…연고론 해결 못할 '평생의 흉터'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흉터 없는 상처 관리법  

봄은 나들이의 계절이다. 바깥 활동이 늘면서 들뜬 마음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기 쉽다. 넘어지면서 피부가 찢어지거나 날카로운 물건에 긁히면서 다친다. 여드름 염증으로 얼굴에 흉이 생기기도 한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물지만 흔적은 남는다. 바로 울퉁불퉁하게 변한 흉터다. 흉터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티 나지 않게 잘 아물기도 하지만 크게 덧나기도 한다. 얼굴이나 손·팔다리처럼 감추기 힘든 부위에 생긴 상처는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흉터가 남지 않는 상처 관리법을 알아본다.

피부는 우리 몸을 보호하는 1차 방어막이다. 외상·절개·화상 등으로 상처가 생겼을 때 피부는 벌어진 틈을 통해 세균·바이러스 등이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치유에 도움이 되는 염증 물질을 분비하고, 콜라겐 증식을 유도해 피부 결손 부위를 메운다. 이때 상처가 깊으면 얇은 피부 조직을 밀고 나와 불그스름하고 울퉁불퉁한 흉이 남을 수 있다. 흉터로 피부 조직이 부풀면서 커지고, 가려움증·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습윤밴드 붙이면 피부 복원 도와

상처 난 피부를 흉터 없이 깨끗하게 치유하려면 단계별 대응이 중요하다. 흉터를 예방하는 상처 치료 첫 단계는 소독이다. 생리식염수나 흐르는 물로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씻고 베타딘·과산화수소 같은 소독약으로 2차 감염을 막아야 한다. 상처가 생겼을 때 이물질 등으로 피부 감염이 심할수록 흉터가 크게 남는다. 세척·소독 후 마데카솔·후시딘 같은 상처 연고를 바른다. 상처가 깊다면 24시간 이내 피부 결에 맞춰 미세 봉합하면 흉터가 덜 생긴다. 다만 피부 오염이 심하지 않다면 매일 소독할 필요는 없다. 신촌 연세스타피부과의원 이상주 원장은 “소독약의 화학적 살균 효과로 피부 재생이 느려지면서 흉이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가 얇고 약한 유·소아는 상처 주변 피부가 손상돼 오히려 큰 흉터가 남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급성기 상처 부위를 보호하는 드레싱도 필요하다. 요즘엔 습윤 밴드로 상처가 생긴 후 나오는 분비물(삼출물)을 유지해 피부 복원을 돕는다. 은평성모병원 성형외과 나은영 교수는 “딱지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습윤 환경을 유지하면 피부 재생 효과가 높아져 상처가 빨리 낫고 흉터가 생기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바닥에 넘어져 피부가 벗겨진 상처는 피부 경계면이 매끄럽지 않다. 습윤 환경에서 치료하는 것이 흉터 예방에 유리하다. 습윤 밴드는 상처의 깊이, 삼출물의 양, 위치, 제품의 접착력 등을 고려해 선택한다. 만약 상처가 붓고 곪았다면 소독 후 상처를 건조하게 말린다. 습윤 환경에서는 세균이 잘 번식해 상처 치료가 늦어진다.

건조하면 흉터 커져, 보습도 중요

상처가 아물었다면 흉터 예방에 집중한다. 흉터는 상처의 결과물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피부가 두껍고 피지 분비가 많으면서 멜라닌 색소도가 높아 상처 치유 과정에서 콜라겐이 활발하게 증식해 흉터가 잘 남는다. 중앙대병원 성형외과 김우섭 교수는 “피부 생채기가 아물고 난 직후인 초기 흉터(프리스카) 단계부터 빠르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부터는 상처 연고, 습윤 밴드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상처 연고는 흉터를 개선하는 효과가 없다. 흉터의 최소화를 위해 피부 보습도 챙겨야 한다. 경희대병원 성형외과 강상윤 교수는 “흉터 예방의 골든타임은 피부 콜라겐 결합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8주 이내”라고 말했다.

상처가 생긴 피부는 피부 장벽이 깨져 정상 피부보다 수분 손실이 빠르고 자극에 민감하다. 상처 부위가 건조하면 콜라겐 증식이 강하게 나타나 흉터가 울퉁불퉁 솟아오를 수 있다. 피부가 완전히 재생될 때까지 실리콘 겔, 실리콘 시트 같은 흉터 개선 제품으로 상처 부위를 보호막처럼 감싸면서 피부의 수분 손실을 차단하면 흉이 심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아시아 흉터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도 흉터 관리에 실리콘 성분의 흉터 개선 제품을 일차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흉터 개선 제품은 흉터가 생긴 즉시 지속해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하루 12시간 이상 붙인 상태로 최소 2개월 이상 사용해야 흉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흉터가 자리 잡은 지 1~2년 정도 지나 피부가 안정되면 흉터 개선 제품을 써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술 등으로 흉터가 깊다면 주사·레이저 등 전문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피부 절개로 진피 깊은 곳까지 손상돼 상처 회복 과정에서 수술 부위가 솟아오르는 비후성 흉터가 남을 수 있다. 목 앞쪽 부위를 절개하는 갑상샘암 흉터나 배꼽 아랫부분을 절개하는 제왕절개 흉터, 겨드랑이 쪽을 절개하는 액취증 흉터 등이 대표적이다. 수술 흉터 역시 피부 콜라겐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부터 대처해야 한다. 혈관 레이저로 혈관 증식을 억제해 불그스름한 기운을 빼내고 프락셔널 레이저로 표피·진피를 자극해 피부 재생을 돕는다.

피부가 엉킨 화상 흉터나 오래된 흉터도 완화할 수 있다. 고출력 레이저를 피부 겉부터 진피 깊은 곳까지 한땀 한땀 쏘면서 뭉친 콜라겐 조직을 풀어주는 핀홀 레이저 등으로 치료한다. 강력한 피부 재생으로 흉터를 옅어지게 한다. 둥글고 깊게 파인 수두·여드름 흉터는 홍조, 색소 침착까지 복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심한 여드름 흉터라면 울퉁불퉁한 피부 높이를 정밀하게 맞추는 레이저 박피술을 고려한다. 이상주 원장은 “흉터의 깊이, 색깔, 모양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사·레이저 등 비수술적 치료로 효과적으로 흉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