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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비판 총력전 벌이는 민주, 尹 '노조 때리기'엔 멈칫한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에 대한 당의 메시지가 부족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달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이용득 상임고문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달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이용득 상임고문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상임고문단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이용득 상임고문이 내놓은 지적이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 고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1700만명 노동자 전체를 때려잡겠다는 식으로 ‘노동 개악’을 하고 있는데, 당의 메시지가 적극적이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며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대표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고문의 발언을 메모한 뒤 “잘 알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최근 윤석열 정부가 연일 대(對) 노동 강경노선을 걷는 가운데, 진보 색채가 강한 민주당에서는 뚜렷한 반격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초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을 압수수색 했을 때도 민주당은 당 차원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조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법치를 부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뒤 정부가 회계자료 미제출 노조를 노동단체 지원 사업 선정에서 배제하는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갔지만, 이에 대한 지도부의 직접적인 비판 메시지도 찾기 힘들다.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에 대한 지도부의 직접 비판은 당 을(乙)지로위원장 출신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이 유일하다. 그는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의 ‘건폭’ 발언을 두고 “이쯤 되면 노동개혁이 아니라 ‘신(新) 공안통치’ 선포”라고 비판했고, 지난 24일 “대통령의 관심사는 오로지 정적 제거와 야당 탄압, 기업 팔 비틀기, 노동자 때려잡기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윤 정부의 노동 정책에 각을 세우지 않는 이유로는 정치권에선 ‘노조에 대한 반대 여론’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대(對) 노조 강경책이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상승 전략인데, 굳이 저들의 짜놓은 작전에 휘말릴 이유는 없다. 조용히 입법으로 보여주면 된다”(당 관계자)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2월 28일, 3월 2일)에서 36%로 나타난 윤 대통령의 지지층은 긍정 평가 이유로 ‘노조 대응(21%)’을 1순위로 꼽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지난해 3월 22일 경기도 소재 한 공사현장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사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사진 제보자]

지난해 3월 22일 경기도 소재 한 공사현장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사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사진 제보자]

최근 건설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거나 장비 사용ㆍ채용을 강요하는 등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서 당내에서 “일부 노조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 영향도 있다. 노동 정책에 정통한 한 중진 의원은 “월례비를 받은 건설노조를 포함해 일부 노조가 정부에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도 “건설노조 문제는 오래된 문제”라며 “그렇다고 이들만 전체 노동자와 분리할 수도 없어, 말하기가 난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면서 당 지도부의 메시지가 검찰 비판에 몰린 측면도 있다. 실제 지난달 27일과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발언자 전원이 빠짐없이 검찰 규탄 메시지를 냈다. 각각 체포동의안 표결과 이 대표 재판 출석 날 열린 탓도 있었지만, 당내에선 “그래도 원내 1당인데 지도부 메시지 자체가 배분되지 않고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중진 의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철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에 바쁘기 때문에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민생과 노조 문제엔 전혀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더구나 민주당은 집권 시기 강성노조에 대한 비판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의 ‘반(反) 노조’ 정서가 커진 상태에서 이 문제를 건드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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