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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우만 챙기나"…'삼겹살 데이'에 돼지 농가 뿔난 사연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3일 이마트 서울 용산점에서 삼겹살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이마트 서울 용산점에서 삼겹살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3일은 유통업계에서 ‘삼겹살 데이’로 통한다. 3이 겹으로 들어간다는 뜻을 담아 붙인 이름이다. 이날을 전후로 삼겹살 소비를 북돋는 캠페인을 한다. 축제 분위기여야 하지만 한돈 농가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깃값이 떨어져서다. 최근 대대적인 한우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놓은 정부가 한돈에는 무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축산업협동조합(축협)과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삼겹살 데이를 앞둔 지난달 27일부터 한돈몰을 비롯한 한돈 인증 정육점, 대형마트 등 온·오프라인에서 한돈 삼겹살 세트를 최대 5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지난달 30일까지 돼지고기를 사거나 식사한 영수증을 인증하면 가전제품과 상품권을 주는 경품 행사도 열었다.

‘대목’에도 불구하고 한돈 농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등한 사룟값과 각종 물류비·인건비 등 여파로 한돈 농가의 적자 경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4일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돼지 축산 농가의 손실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은 “농가에서 돼지 출하 시 한 마리당 10만원꼴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돼지고기 도매(탕박)가격은 1㎏당 4321원이다. 지난해 8월(7732원) 대비 45% 하락했다. 반면 지난달 돼지고기 1㎏당 생산비는 5435원으로 지난해 8월(5920원) 대비 8.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생산하는 데 드는 돈이 돼지고기 판매가격보다 높은 구조다. 현장에서 삼겹살 가격은 지난해 6월 기준 ㎏당 2만9000원대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였다. 이달 2일 기준으로는 ㎏당 2만3860원까지 떨어졌다(-18%).

수입산의 공세도 거세다.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44만2000t)은 전년(33만3000t) 대비 32.7%, 2020년(31만t) 대비 42.5%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돼지 공급마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올해 돼지 도축 마릿수를 1825만~1845만 마리로 예측했다. 평년(1775만 마리)보다 2.8~3.9% 많은 수준이다.

돼지고기는 소비량으로만 따졌을 때 소고기를 한참 앞선다. 농경연이 지난 1월 발간한 ‘농업전망 2023’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8.4㎏을 기록했다. 1인당 쌀 소비량(56.7㎏)을 처음 넘어섰다. 육류 소비 중 돼지고기(28.5㎏)가 소고기(14.8㎏)의 2배 수준으로 1위다.

한우 못지않은 한돈 사랑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은 한우 농가에 치우쳤다는 것이 돼지 농가의 불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2일 연중 20~50% 할인 행사로 한우 소비를 북돋고, 농가엔 사룟값을 지원하는 내용의 ‘한우 수급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장기 수급이 불안해 농가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되는 한우와 한돈은 사정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정재환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고물가에 시름하는 한돈 업계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생산비를 다소 부풀려 추정한 측면이 있다”며 “일시적 수급 불안에 따른 가격 하락인 만큼 손실은 연간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돈자조금에도 소비 촉진을 위해 매년 5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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