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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폭동' 공격 뒤 공천 자객에 당했다…딕 체니 딸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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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리즈 체니 전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버지니아대 정치학 교수로 부임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즈 체니 전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버지니아대 정치학 교수로 부임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가 공화당에서 축출된 리즈 체니(57) 전 하원의원이 강단에 선다. 올 봄 버지니아대 정치학 교수로 부임하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체니 전 의원이 버지니아대 정치연구센터 실무 교수로 재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무 교수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이 맡는 비전임 교수직이다. 체니는 정치학 강의와 학생 세미나 등을 연다. 임기는 올 가을학기까지이며, 이후 연장할 수 있다.

이날 버지니아대는 성명에서 “체니는 무엇보다 정직을 우선시하는 강력한 보수주의자”라며 “학생들뿐 아니라 나라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리더십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체니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헌법 공화국을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체니 전 의원은 지난해 8월 와이오밍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패배했다. AFP=연합뉴스

체니 전 의원은 지난해 8월 와이오밍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패배했다. AFP=연합뉴스

체니가 공식적으로 행보에 나선 건 지난해 8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당시 와이오밍주 공화당 예비선거에 출마했지만, 해리엇 헤이그먼(61)에 완패하면서 4선 도전에 실패했다. 헤이그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체니를 겨냥해 대항마로 직접 지목한 인물이었다. 2016년 선거 이후 3선에 성공한 데다 공화당 권력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직까지 올랐던 체니로선 쓴 패배였다.

체니의 당 내 입지가 좁아진 건 공개적으로 ‘반트럼프’ 노선을 타면서다.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미 의회에서 폭동을 일으키자 체니는 트럼프에게 선동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할 당시 찬성한 공화당 의원 10명 중 1명이었다. 그 전에도 종종 트럼프와 각을 세웠지만, 1·6 의회 폭동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해 빠진 리즈 체니 같은 의원들을 제거해야 한다”며 시위대에게 노골적으로 연설하자 강하게 반격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 미 의회 건물에 난입해 성조기를 흔들며 소동을 피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 미 의회 건물에 난입해 성조기를 흔들며 소동을 피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당시 WP에 따르면, 체니는 의회 휴게실에서 쉬다가 아버지인 딕 체니(82) 전 부통령으로부터 전화로 연설 내용을 전달받고 본회의장으로 몸을 피했다. 이후 시위대가 의회에 난입하자 폭스뉴스 측에 “대통령이 폭도들을 선동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의회 폭동 사건 뒤 체니의 전국적인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같은 당 동료들의 반응은 싸늘해졌다. 여전히 트럼프의 당 내 입김이 셌기 때문이다. 케빈 매카시(공화당) 하원의장은 당시 폭스뉴스에 “총회 의장직은 당의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데 직무 수행 능력이 의심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얼마 뒤 체니는 동료 의원들에 의해 의원총회 의장 자리에서 축출됐고, 그 자리엔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는 앨리스 스터파닉이 대신 앉았다.

리즈 체니(왼쪽)는 조지 W. 부시 정권의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이다. AP=연합뉴스

리즈 체니(왼쪽)는 조지 W. 부시 정권의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이다. AP=연합뉴스

체니는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NBC와의 인터뷰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직전 의회 선거에서 패배한 사례를 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몇 달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선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했다.

리즈 체니는 대표적인 정통 네오콘(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신보수주의자)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이다. 딕의 첫 부통령 시절 국무부에서 근동(近東) 담당 부차관보로 일했고, 2004년엔 조지 W. 부시와 딕 체니의 재선 캠프에 몸담았다. 2009년 국가 안보 관련 비영리단체 ‘킵 아메리카 세이프(Keep America Safe)’를 설립해 활동하다가 2016년 와이오밍주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의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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