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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등반? 서울서도 당일치기"…제주 뱃길 200만 돌파 왜 [e즐펀한 토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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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등반하고도 그날 서울로 돌아갈 수 있어 제주행 여객선을 자주 탑니다.”

지난달 8일 오후 11시30분 전남 목포항. 등산복을 입은 정운천(53·서울시)씨가 제주로 향하는 여객선에 올랐다. 정씨가 승선한 퀸제누비아호는 이튿날 오전 1시 목포항을 출항해 오전 5시 제주항에 도착했다.

정씨는 “한라산 등반을 좋아해 친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제주를 찾곤 한다”며 “평일에도 퇴근 후 목포에서 배를 타고 제주에 들어갔다가 이튿날 밤엔 서울 집에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 객실, 편안”…자가용 선호도 높아

지난달 8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퀸제누비아호에 차량을 선적하고 있다. 제주 뱃길 이용객 중 자신의 승용차를 여객선에 싣고 가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8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퀸제누비아호에 차량을 선적하고 있다. 제주 뱃길 이용객 중 자신의 승용차를 여객선에 싣고 가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씨가 승선한 퀸제누비아호는 제주와 목포를 오가는 2만7391t급 여객선이다. 최대 승객 1284명과 자동차 478대(승용차 기준)를 실을 수 있다. 이날은 정씨를 비롯한 승객 850명, 자동차 238대를 싣고 목포항을 출항했다. 퀸제누비아호와 퀸메리2호 등 두 대가 오가는 목포 항로는 기상 상태에 따라 4시간30분~5시간이 걸린다.

승객들은 “가족별로 객실에서 잘 수 있어 편안하고,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에는 가족실을 비롯해 특급호텔급 스위트룸이나 비즈니스룸이 갖춰져 있어서다. 승객은 크루즈 여행처럼 승선의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제주에서 차를 빌리는 대신 승용차를 배에 싣고 가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 여행객도 있었다.

가족용 객실을 쓰지 않은 승객 중에는 등산복이나 자전거 복장도 눈에 띄었다. 미리 한라산 등반 예약을 했거나 자전거를 타고 ‘올레길 라이딩’을 하는 승객이다. 이들은 “잠은 배에서 자고 새벽부터 등산이나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게 여객선 여행의 묘미”라고 했다.

제주 뱃길, 9년 만에 200만명 돌파

지난달 8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퀸제누비아호에 승객들이 승선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8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퀸제누비아호에 승객들이 승선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코로나19 팬데믹 후 제주 뱃길이 활황을 맞고 있다. 3년 전부터 항공기 취항이 주춤해진 사이 여객선 이용객은 급증 추세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연안여객선 이용객은 200만6794명에 달했다. 제주 뱃길 이용객이 200만 명을 넘긴 것은 세월호 참사 1년 전인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해수부는 코로나19 이후 상대적으로 여객선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진 것으로 본다. 제주 뱃길 이용객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142만 명대에서 2020년 101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2021년 131만 명대로 회복세를 보인 뒤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정부 거리두기 해제 등 여파로 1년 전보다 52%(69만 명) 늘었다. 현재 제주에는 목포를 비롯해 인천·부산·여수 등 9개 항로, 여객선 12척이 운항 중이다.

제주~목포, 작년 74만명 59% 급증

지난달 8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퀸제누비아호 내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8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퀸제누비아호 내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8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퀸제누비아호 객실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8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퀸제누비아호 객실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제주와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 중 대표적인 항로는 제주~목포다. 지난해에만 74만 명이 이용해 1년 전보다 59%(27만 명) 증가했다. 목포역이 5분 거리여서 KTX나 SRT를 이용하면 서울에서도 이른바 ‘무박2일’ 제주여행이 가능하다.

무박2일 여행은 고속열차나 고속버스 등과 연계한 여정이다. 예컨대 전날 오후 8시 이후 용산에서 KTX 등을 타고 목포로 간 뒤 이튿날 오후 10시 이후 목포에서 SRT 등을 타고 서울로 돌아간다.

초단기 제주여행이 늘어나면서 선사별로 패키지 프로그램 내놓기도 한다. 매달 한라산 등반이나 올레 트레킹을 하려는 여객선 승객을 단체로 모집하는 게 대표적이다. 씨월드고속훼리㈜ 정운곤 총괄상무는 “승객 눈높이에 맞춰 고급화된 룸부터 펫 전용 룸까지 두루 갖춰가고 있다”며 “여객선도 항공기 못지않다는 만족감과 차량을 싣고 갈 수 있다는 장점 등이 부각되면서 재이용 승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제주 렌터카는 바가지?…내 차 타고 간다

지난달 8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퀸제누비아호에 차량을 선적하고 있다. 제주 뱃길 이용객 중 자신의 승용차를 여객선에 싣고 가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8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퀸제누비아호에 차량을 선적하고 있다. 제주 뱃길 이용객 중 자신의 승용차를 여객선에 싣고 가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프리랜서 장정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객선에 승용차를 싣고 가는 관광객도 증가 추세다. 코로나19 후 제주 항공료와 렌터카 비용이 크게 오른 데다 ‘제주 한 달 살기·1년 살기’ 등 장기 제주 여행객이 증가한 데 따른 변화다. 렌터카 보험료 부담과 업체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점도 여객선을 이용하는 장점으로 꼽는 관광객도 있다.

제주 지역 렌터카 업계는 가격이 급등해 고가 논란을 빚어왔다. 지난해엔 극성수기(7~8월) 때 중형 승용차(2000cc급) 렌터카 비용이 하루 17만~21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성수기 때(10만 원선)보다 배가량 뛴 가격이다.

육지서 1시간30분이면 제주 도착

제주와 전남 진도를 오가는 ‘산타모니카호’. 최대 속도 42노트(시속 78㎞)로 육지에서 1시간30분이면 제주에 도착할 수 있다. 사진 씨월드고속훼리

제주와 전남 진도를 오가는 ‘산타모니카호’. 최대 속도 42노트(시속 78㎞)로 육지에서 1시간30분이면 제주에 도착할 수 있다. 사진 씨월드고속훼리

이른바 ‘당일치기’로 제주 뱃길여행을 하기 위해 전남 진도에서 여객선을 타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육지에서 1시간30분이면 제주에 도착하는 게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몰이 중인 항로다. 최대 속도 42노트(시속 78㎞)인 ‘산타모니카호’는 취항 첫해인 지난해 18만 명 넘게 이용했다.

수도권인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유일한 여객선도 승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12월 취항한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지난해 4만5062명을 실어 날랐다. ‘실버클라우드호’ 등 두 대가 운항 중인 전남 완도~제주 뱃길은 지난해 47만 명이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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