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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김만배 몰랐다는 윤석열 후보 조사 없이 나만 압수수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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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호 04면

이재명 첫 재판 출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는 발언으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대선 이후 처음으로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4부(부장 강규태)는 이날 오전 10시40분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재판이지만 이 대표가 금요일마다 열리는 최고위원회의 일정을 이유로 기일 변경을 신청해 40분 미뤄 시작됐다.

이 대표는 20대 대선에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2021년 12월 여러 방송사 인터뷰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관련해 “성남시장 재직 당시엔 김문기가 하위 직원에 불과해 몰랐다” “경기도지사가 된 뒤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기 위해 전화로 사업 내용을 물어보며 알게 됐다” “함께 호주 출장을 가서 골프 친 사실이 없다” 등의 발언을 한 게 선거법 250조 1항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기 전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역사관이 묵과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일본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협력을 구걸하는 것은 학교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과 같다”며 “오죽하면 ‘이번에도 천공이 시키더냐’는 세간의 비판까지 나온다”고 비난했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 폭력과 곽상도 전 의원의 무죄 판결을 거론하며 “검사 아빠 특권 시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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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안다’라는 서술어 개념 해석을 둘러싸고 공방이 오갔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안다’의 사전적 뜻을 나열한 뒤 “안다, 모른다는 경험 등의 요인에 의해 형성된 의식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말은 어떤 시기에 본인의 인지 상태를 얘기하는 것 같고, 그 계기가 되는 개별 경험이 있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을 몇 번 이상 보면 ‘안다’라고 말해야 할까. 한 번만 봤어도 ‘안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몇 번 봤어도 피상적 만남이었다면 ‘모른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며 “안다와 모른다의 객관적 기준은 설정할 수 없고 ‘개인적으로’ 알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더욱 주관적 평가”라며 공소 사실 전체를 부인했다.

이 대표도 오후 재판이 속개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만배를 몰랐다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말에 대해서는 조사도 없이 각하했고, 김문기를 몰랐다는 이재명의 말에 대해서는 압수수색했다”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맞서 검찰은 오후 재판에서 김 전 처장이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 때 찍은 사진과 영상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함께 출장은 갔지만 10명 넘게 간 출장이고, 1년에 출장을 십수 번 가는데 모두를 기억할 수 없다”는 이 대표 측 주장과 배치되는 자료다. 검찰이 제시한 영상에는 과일을 고르는 장면, 트레킹하는 장면, 시내 구경을 다니는 장면 등에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함께 찍혀 있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층 빌딩 전망대 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 등 투샷도 여럿 있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은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밀착 수행했고 다른 동반자와 구별되는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공식 일정에서 빠져 따로 움직였던 날 김 전 처장도 일정을 빠졌고 그중 하루는 함께 바다낚시를 즐긴 정황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서초동 법원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이 대표 지지자들과 반대파들도 북적였다. 이 대표 지지자 70여 명은 ‘검사독재 규탄한다’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이재명 화이팅”을 외쳤다. 맞은편에선 보수단체 회원들이 방송 차량을 설치하고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재명 퇴출은 국민의 명령’ ‘이재명 구속이 민생입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을 도로변에 내걸기도 했다. 경찰은 기동대 5개 중대와 여경 기동대 등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런 가운데 이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심지어 ‘옥중 공천’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한 언론인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장은 전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대표와 (본회의) 표결 후 직접 취재한 얘기를 전해드린다. 이 대표는 추가 영장을 청구한다 해도 나갈 생각이 없고 사퇴할 의사가 일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해당 논설위원장과 (이 대표가)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실제 그런 결정이나 결심을 한 바 없다”고 공지했지만 설왕설래는 그치지 않았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보도 내용대로 말씀하셨다면 불난 집에 기름 부어버린 꼴”이라고 했고,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옥중 공천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 대표가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과 지난 2일 조사해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29%, 국민의힘 지지율은 39%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전주보다 5%포인트 떨어졌고 국민의힘은 2%포인트 올랐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두 당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를 기록한 건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8개월 만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도 지난해 6월 마지막 주 이후 처음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당내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후폭풍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당대표가 툭하면 검찰 나가고 재판받는 모습에 국민 시선이 얼마나 따갑겠느냐”며 “이제 재판 시작이라 걱정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에 16%포인트까지 뒤처졌던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로 회귀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정순신 낙마 이후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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