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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3중고에 멈춘 한국 수출엔진] 대중국 무역 흑자 작년 95% 감소, 수출선 다변화 절실한 한국 경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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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호 10면

SPECIAL REPORT

1558억 달러(약 204조원). 지난해 연간 대(對)중국 수출액 규모다. 아세안 지역과 미국, 유럽 등을 제치고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다. 21세기 들어 중국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핵심적인 위치에 올라선 덕분이다. 지난 20여년간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전세계에 파는 공식이 한국 경제를 견인했단 얘기다. 그러나 이 공식은 최근 들어 이상 신호를 내고 있다. 2018년 이후 줄곧 25% 가량을 차지했던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지난해 22.8%로 내려앉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중국 수출 부진은 무역 수지에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 대중 무역수지는 12억5000만 달러(약1조6000억원) 흑자로 2021년(242억8000만 달러)의 5%에 그친다. 사상 최대 흑자였던 2013년(628억 달러)과 비교하면 2% 수준에 불과하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지난 1월 한국의 중간재 수출 감소액(96억 달러)은 총수출 감소액(92억 달러)를 웃돌았는데, 주로 해외 생산거점 수출 감소 때문”이라며 “수출 부진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수출국들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한국 수출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진한 상황”이라며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이 주도하는 첨단 산업들의 공급망에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에 따르면 2000년만 하더라도 미국이 전세계 전기 및 광학기기 부문에서 중간재의 27%를 담당했으나, 2021년에는 중국이 16%를 차지했다. 미·중 갈등으로 첨단 산업에서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면 한국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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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중국 수출 의존도가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르자, 수출선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김경훈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자국내 자체생산 확대에 나서면서 앞으로도 한국기업의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기업은 현재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맞춰져 있는데, 앞으로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새로운 수출시장을 발굴하는 ‘차이나 플러스’ 전략이 필요하단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도 수출 다변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후 지난 2월까지 4차례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원자력발전, 방위산업, 해외 건설, 농수산식품, 콘텐트, 바이오 등 12개 분야에 대한 수출 확대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계기로 신규 바이어를 확보하는 등 중동을 비롯한 신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상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동 주요국의 ‘룩 이스트(Look East)’ 정책으로 한국과 중동 국가들의 산업 협력 확대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정부의 사우디 및 UAE 경제협력 사업 참여를 통해 중동 진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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