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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투자 열풍에, 백화점서 옷 사는 것처럼 그림 쇼핑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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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호 19면

신세계 강남점에 김재용 작가 세라믹 도넛이 전시된 모습. 문소영 기자

신세계 강남점에 김재용 작가 세라믹 도넛이 전시된 모습. 문소영 기자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 해외 럭셔리 패션 상점들 사이에 미술관에서 볼 법한 단색화 거장 이우환의 1992년 대작 ‘With Winds’가 걸려 있다. 백화점 측에 따르면 이 작품은 판매용이 아니다. 그러나 그 주변 상점들 사이사이로 걸린 미국 유명 작가 알렉스 카츠의 꽃 판화와 인기 작가 이상원의 회화는 모두 판매용이라고 밝혔다.

국민 화가 이중섭이 1955년 첫 서울 개인전을 연 곳이 미도파백화점(지금의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화랑이었던 것처럼, 백화점과 미술의 인연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백화점이 별도 공간에서만 전시회 형태로 미술작품을 선보였던 반면, 2020년부터는 상점들 사이에도 작품을 진열한다. 신세계뿐 아니라 롯데, 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의 트렌드다.

“팬데믹을 계기로 일반인들이 집 꾸미기의 일환으로 그림에 관심이 많아지고 MZ세대 사이에 미술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들이 많이 찾는 백화점에서 더욱 쉽게 미술작품을 보고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상점들 사이에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고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밝혔다.

‘미술작품이 일반 상품처럼 아무 맥락 없이 전시되고 팔린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실 김영애 상무는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대중이 작품을 더 쉽게 많이 볼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테마 전시를 늘리는 등 보완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상무는 “미술작품을 많이 팔아 수익을 내려는 것보다 기업 브랜딩 차원이 크다. 시각적인 것들이 사람들의 인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회사 브랜드를 더 세련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이 기존 화랑들의 밥그릇을 뺏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에 대해 백화점 관계자들은 기존 화랑들과 협업해서 전시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쇼핑객들의 주목을 끈 김재용 작가의 세라믹 도넛 작품들의 경우, 작가의 전속 갤러리인 학고재가 판매 수익의 10%를 가져간다고 갤러리 관계자가 밝혔다.

학고재 같은 대형 갤러리가 아닌 젊은 소형 갤러리의 생각은 어떨까? 디스위켄드룸의 김나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동시대 미술이 대중과 가까워질 기회를 주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백화점에 찾아오는 대중은 색채가 강렬하거나 이미지가 흥미로운 구상 작품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 백화점 전시를 통해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작가는 한정되어 있다. 또한 사람들은 백화점에 기본적으로 소비재를 사러 오는 것이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 있다. 장식적인 효과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벤트 기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갤러리가 초보 컬렉터에게 여러 정보와 (입문교육) 채널을 제공하듯 백화점의 교육 기능도 강화되어야 할 것 같다.”

2022년 롯데아트페어 부산의 모습 [롯데백화점]

2022년 롯데아트페어 부산의 모습 [롯데백화점]

한편 백화점들은 기존의 아트페어들과 연계해 미술장터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부산점에서 지금 진행 중인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의 프리뷰인 ‘2023 BAMA 프리뷰 with 아트현대’를 지난달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5월에 아트부산과 연계해서 시그니엘 호텔에서 ‘롯데아트페어 부산 2023’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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