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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한의 시사일본어] 브레이크 안 듣는 소자화(少子化)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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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호 31면

시사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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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발표된 한국의 출산율 0.78은 일본에서도 화제였다. 일본에선 저출산 대신 ‘소자화(少子化)’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국민생활 백서에서였다.

반도 국가 한국과 섬 나라 일본은 지리적 환경은 물론 경제, 사회 구조가 상당히 다름에도 인구 구조 변화는 우리 나라가 일본을 따라가는 양상이다. 고령화는 20여년, 인구 감소 현상은 10여년 시차를 두고 한국이 일본을 따르고 있다. 일본의 소자화 기점은 1974년이다. 출산율이 2.1명 밑으로 떨어진 연도다. 인구학자들은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출산율을 2.1명으로 본다. 일본의  출산율은 1900년대 초반 6명대에서 1960년대에 2명대로 하락한 뒤 1975년부터 1명대를 맴돈다. 정책적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인지 2005년 1.26명으로 바닥을 찍고 2015년 1.45명까지 올라서더니 최근 다시 내리막길이다. 2021년에는 1.30명을 기록했다.

경제 저성장이 일본의 소자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2022년 발표한 출생 동향 기본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낳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자녀 양육과 교육에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2.6%로 압도적이었다. 결혼 기피도 저소득과 연관성이 크다. 남성의 경우  ‘배우자와 아이가 있는 비율’은 고소득층이 높고, 결혼하지 않는 비율은 소득과 반비례한다. 30년 전부터 일본은 소자화 탈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12년 연속되고 있는 인구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연초 ‘파격적인 소자화 대책’을 내각에 주문했다. 어린이 예산을 두 배 늘리는 등의 정책이 올 6월 확정되는 경제재정운영 기본안에 담길 예정이다.

한국의 소자화는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인구 감소는 3년째지만 그 속도와 감소 폭이 가파르다. 양질의 일자리와 소득 감소, 여성이 아이 양육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 젊은이의 결혼 기피 풍조 등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본의 ‘한국통’ 전문가들은 미래 경제 불안이 기본 배경이지만, ‘획일적 가치관’이 더 큰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의사 등 전문직이나 대기업 입사가 ‘성공’이란 고정 관념이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경쟁에 내몰린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한다는 분석이다. 이러다 한국이 ‘압축 성장’에서 ‘압축 쇠퇴’ 시대로 가는 게 아닐지 두렵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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