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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으로 장원급제, 무술 익혀 복수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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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호 21면

조선의 걸 크러시

조선의 걸 크러시

조선의 걸 크러시
임치균 외 지음
민음사

장원급제한 남장 여성, 아버지를 대신해 군대에 간 소녀, 전쟁 영웅이 된 기생…. 이 책은 조선 시대 받아들이고 따라야 했던 정체성을 거부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온 40여명의 여성 이야기다.

책에는 조선 여성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궁중 여성들은 나오지 않는다. 여성에게 가혹했던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원수를 직접 처단하고 뛰어난 기개와 재주로 영웅의 반열에 오르며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한 여성들만이 존재한다.

조선엔 허난설헌, 신사임당, 황진이, 춘향만 있는 게 아니었다.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검술을 배워 복수한 양반집 아가씨와 몸종, 남장을 한 채 금강산과 설악산을 누비며 세상을 만난 소녀 등의 이야기는 퓨전 사극 속 진취적 여자 주인공 뺨치는 서사로 놀라움을 안긴다. 일방적인 이혼 요구를 9년간의 소송으로 끝까지 방어해내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체적으로 행사하고, 혼인을 거부하며 기득권을 비웃었던 여성들 이야기는 그야말로 ‘걸크러시’다.

한국학 연구자인 4명의 저자가 실제 역사와 고전소설에서 이야기를 발굴했다. 그동안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는 재미와 더불어 조선 여성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을 깨부수게 만드는 희열 또한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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