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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어짜는 복통, 기름 섞인 대변...'침묵의 장기' 큰일난 징후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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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장기’ 췌장, 염증 징후 네 가지

췌장(이자)은 간 못지않은 ‘침묵의 장기’다. 복부 깊숙이 자리해 일반적인 건강검진으로는 질병의 유무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워서다. 뒤늦게 병원을 찾았을 때는 손쓸 수 없을 만큼 증상이 악화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췌장염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고, 자칫하면 생존율이 10%대에 불과한 췌장암 발병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이에 간과해선 안 되는 췌장염 징후 네 가지를 살펴봤다.

1 쥐어짜는 듯한 복통이 지속한다

복통은 췌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대표적인 신호다. 췌장은 명치와 배꼽 가운데에서 왼쪽을 향해 가로로 길게 놓여 있다. 염증이 생기면 췌장이 붓고 주변의 신경을 자극해 췌장이 자리한 부위에 통증이 발생한다. 주로 왼쪽 윗배가 아프고 심하면 옆구리와 등까지 통증이 확대된다. 쓰리거나 따갑기보다는 뻐근하고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다. 단순 소화불량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소화제를 복용해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길게는 하루 수 시간씩, 수일간 통증이 이어진다. 고통이 유독 심해지는 순간은 천장을 바라보며 똑바로 누웠을 때다. 등을 바닥에 대면 척추뼈 쪽으로 진행된 염증을 자극해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옆으로 누워 허리를 구부려야 비로소 통증의 강도가 낮아진다.

음식을 먹을 때도 복통이 악화하는데, 췌장이 염증으로 약해진 상태에서 소화효소 분비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2 기름 섞인 대변이 나온다

대변에 기름이 섞여 나오는 증상도 췌장염의 징후 가운데 하나다.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췌장의 기능이 저하된 탓이다. 특히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 대부분은 췌장에서 나온다. 췌장에 염증이 생기면 지방 성분의 소화, 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변으로 배출될 수밖에 없다. 대변 주변으로는 기름방울이 둥둥 떠다니며 변에서는 악취가 난다. 심하면 대변 색이 황금색이나 갈색이 아닌 크림색을 띠기도 한다.

췌장염으로 인한 지방 흡수 장애는 영양 결핍과 체중 감소도 야기한다. 무엇보다 지방 흡수가 어려워지면 비타민 A·D·E·F·K 등 지용성 비타민의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식품의 지방이 체내의 지용성 비타민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 설사를 하고 복통, 메슥거림 등의 증상이 발생해 일부러 지방이 함유된 음식을 기피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양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체중의 경우 특별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1년간 본인 몸무게의 10% 이상 빠졌다면 췌장염 등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3 피부가 노랗게 변한다

급성 췌장염에서는 흔하지 않고 보통 만성 췌장염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만성 췌장염일 때는 췌장이 돌처럼 딱딱해져 췌장을 지나가는 담관(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운반하는 관)의 길이 좁아질 수 있다. 담관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니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덩달아 담즙에 포함된 노란 색소 빌리루빈의 혈액 내 농도 역시 높아져 황달이 생긴다. 이는 소변 색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혈액 안의 담즙 성분이 결국 소변으로 배출되며 진한 갈색 혹은 검붉은색을 보이게 된다. 황달로 인한 증상은 치료 전에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증상이 100% 췌장염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급성과 만성 췌장염의 흔한 원인이 음주인데 술은 간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라서다. 간 건강이 악화해도 황달 증세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병원에서 좀 더 정밀한 검사를 해봐야 한다.

4 갑작스럽게 당뇨병을 앓는다

비만이나 가족력 등이 없는데도 갑자기 당뇨에 걸렸다면 췌장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앓던 당뇨가 이유 없이 심해져도 마찬가지다. 췌장은 소화를 돕는 핵심 장기이자 체내 혈당량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포함,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인슐린은 췌장의 내분비 기능을 담당하는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데, 염증이 생기면 췌장 세포가 파괴되면서 베타세포 역시 손상되거나 일시적으로 기능이 마비된다. 인슐린도 이전보다 적게 생산돼 혈액 내 당 수치가 높아지고 당뇨를 앓게 된다.

이때 일반적인 당뇨 환자와 마찬가지로 소변량이 늘고 체내 수분이 부족해져 갈증이 심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나 췌장염으로 야기된 당뇨만의 특이점도 있다. 일반 당뇨와 비교해 혈당 조절이 어렵다는 점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저혈당과 고혈당을 오가곤 한다. 췌장염으로 인한 당뇨는 통상 만성 췌장염 환자에게 발현된다.

도움말=김연석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주현돈 한양대 구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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