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주자들이 3일 열린 마지막 TV토론회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주로 여론조사 1위인 김기현 후보에게 나머지 세 후보가 맹공을 퍼붓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날 서울 종로구 채널A 방송 스튜디오에서 오후 5시 20분부터 10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가 대표가 되면 (울산 땅 문제가 불거져)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대통령의 힘이 급속하게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황 후보는 가짜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는 데, 이번 전당대회에 흙탕물을 일으키려고 나왔는지 질문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황 후보는 또 “2007년 8월에는 김 후보의 땅이 (울산KTX역세권 연결도로의) 노선 검토대상이 아니었는데, 2007년 12월에 (김 후보 땅이) 들어갔다”며 “당시는 우리 당 소속인 박맹우 울산시장 시절인데 왜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전 시장이 확정했다고 말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2007년은 노선이 최종결정된 시기가 아니다. 송 전 시장이 2019·2021년에 다시 조사해 노선을 최종 확정했다”고 받아쳤다.
천하람 후보는 이준석 전 대표가 언급한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극중 인물인 엄석대를 고리로 공세를 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학급 아이들을 괴롭히는 극중 인물인 엄석대에 빗댔다.
천 후보가 “이준석 전 대표가 언급한 엄석대가 누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김 후보는 “제가 보기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칭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자 천 후보는 “말도 안 되는 해석”이라고 반박했고, 이에 김 후보는 “천 후보는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한다”고 받아쳤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김 후보로서는 천 후보의 문제제기에 즉답을 피하며 방어하는 데 주력한 셈이다.
안철수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이 ‘학폭’(학교폭력)처럼 당내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할 때 김 후보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필요할 때 불러서 사진을 찍더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안 후보가 나 전 의원을 학폭 피해자처럼 말하는 것은 2차 가해”라며 “나 전 의원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선택한 것이다. 그런 말씀을 더는 하지 말라”고 답했다.
김 후보는 이어 역공에 나섰다. 그는 안 후보를 향해 “안 후보는 과학기술을 강조하면서도 (3선 의원을 하는 동안) 입법실적을 보면 대표발의한 27건의 법안 중 과학기술 관련 법안이 하나도 없다”며 “안 후보가 보유한 안랩 주식의 백지신탁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안 후보는 “저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1년짜리 서울시장’ 직인데도 백지신탁을 해야 했다. 그런데도 나갔던 사람”이라며 항변했다.
토론 중에는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에 대한 언급도 나왔는데 후보마다 답이 달랐다. 안 후보는 “(장 의원과) 현재는 대척점에 와 있지만, 우리 당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반면 천 후보는 “장 의원이 우리 당과 대통령을 정말 아낀다면 백의종군 수준이 아니라 정계 은퇴를 고려해보는 게 필요하지 않으냐”며 “그게 아니라면 서울 동작을에서 나 전 의원과 차기 총선 경선을 통해 심판받아보라”고 공세를 폈다.
안 후보와 천 후보가 ‘안·천(안철수-천하람) 연대’를 띄우는 모습도 연출됐다. 천 후보가 안 후보에게 “같은 지역(경기 성남)에서 활동한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어떠냐”고 묻자 안 후보가 “굉장히 훌륭한 분”이라고 추켜세우면서다. 성남시의원 출신인 이 후보는 천 후보와 마찬가지로 이 전 대표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천 후보는 안 후보를 바라보며 “저희는 앞으로 웃으면서, 필요하면 연대하면 될 것 같다”고도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약 84만명의 선거인단(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 대상으로 4~5일 모바일투표를 진행한다. 6~7일에는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전화(ARS) 투표를 진행한다. 결과는 오는 8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만약 과반 득표자가 없다면 10~11일 결선투표를 거쳐 12일 최종 승리자가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