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쌍방울그룹이)관련 없다고 생각하면 (북측은) 계약서를 안 써준다고 했다. 북한에서 종이 쪽지(계약서)만 받아온들 무슨 소용이겠나… 북한에 100억원을 보냈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겠나.”
'쌍방울 뇌물수수' 혐의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함께 구속기소된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이 3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17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 측이 쌍방울 대북사업은 경기도와 무관하다고 말한다’는 검찰 질문에 격앙된 목소리로 “경기도가 없었다면 대북사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방 부회장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 ‘N프로젝트’를 총괄하며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북측 인사들을 만나던 자리에 늘 함께 한 인물이다.
분노한 김성태 “내가 돈 대면 될 것 아니냐”
이날 법정에서 방 부회장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달러를 김 전 회장이 북한에 대납하게 된 경위에 대해 밝혔다. 방 부회장은 “2018년 11월 김 전 회장이 중국에서 김성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실장을 만났는데, ‘이화영씨 왜 그래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라고 언급하자 ‘형님(이화영)에게 그러지 말라. 내가 돈을 대면 될 것 아니냐’며 테이블을 엎을 기세로 분노했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또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는) 친형제와 같은 사이’라며 스마트팜 대납을 약속했다”며 “이 말에 이 전 부지사의 표정이 밝아졌다”고 회고했다. 북한이 당시 경지시자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으로 30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초 요구는 500만 달러였다”며 “돈이 부족하다고 사정해 300만 달러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맞춤양복에 5만원권 현금 10다발 전달”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이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방 부회장은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이태형 변호사의 휴대전화를 통해 이 대표와 통화했다”면서도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가까운 사실은 맞지만 이 대표와 가깝다고 하긴 애매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둘이 직접 대면한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재판이 마무리된 직후 기자들에게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와 이재명을 전화로 연결해준 적 없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방 부회장은 또 이 전 부지사에게 거액의 현금을 양복과 함께 건넸고 맞춤 양복과 와이셔츠도 수차례 선물했다고 증언했다. 방 부회장은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 이 전 부지사와 사업 논의 차 만나 5만원권으로 10다발, 대략 현금 5000만원과 양복을 선물했다”며 “맞춤 양복은 이 전 부지사가 직접 가서 양복집에 가서 치수를 재면 회사에서 현금이나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했다.
방 부회장은 당초 공소사실을 부인하다 지난달 22일 혐의를 인정한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방 부회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김 전 회장이 검거됐고 30년 동안 생활한 동생들과 20대 비서들까지 증거인멸이라는 죄명 하나로 재판을 받게 돼 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전 아태교류협회 직원 A씨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 이 대표, 이 전 부지사와 친하다면서 이 대표와 직접 통화를 한 적이 있고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면서 “2021년 8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시기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사무실에서 이재명 대선 캠프 관련 임명장 20~30장을 받았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