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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 좋은 점도 있다고? 맬서스의 덫이냐, 기술혁신 되먹임이냐[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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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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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시공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이른바 ‘맬서스의 덫’에 걸린 세계를 보여준다. 한정된 식량이 인구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열차 지도자는 ‘꼬리칸 승객’(하층민)의 집단학살로 인구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18세기 말 영국의 토머스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제시한 전쟁·질병·기근 등으로 인한 인구 억제를 연상시킨다.

 “인구 증가가 식량 증가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파국을 피할 수 없다”는 맬서스의 주장은 한때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현대에 들어선 ‘맬서스의 오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배경에는 화학비료의 개발 등 기술 혁신으로 농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현실이 있다. 이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선 인구 증가가 아니라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골치를 앓는 상황이다.

올해 1월 중국 베이징의 상점가 모습.중국은 지난해 인구 감소세로 돌아섰다. [AP=연합뉴스]l

올해 1월 중국 베이징의 상점가 모습.중국은 지난해 인구 감소세로 돌아섰다. [AP=연합뉴스]l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그는 인류 역사를 두 시기로 구분한다. 맬서스의 덫에 걸렸던 18세기 이전과 그 이후다. 저자는 "과거에 존재했던 세계에 대한 맬서스의 묘사는 아주 정확했다. 정작 완전히 틀린 부분은 인류의 미래 부분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류가 맬서스의 덫에서 벗어난 요인을 역설적으로 인구 증가에서 찾는다. 그러면서 “기술 발전이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하고, 늘어난 인구가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키며 강화되는 되먹임 고리”가 있다고 본다. 이런 기술 혁신이 쌓이고 쌓여 '티핑 포인트'(임계점)에 도달하면 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역사적으로 굴곡은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류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다.

 여기에는 교육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교육이 새로운 기회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부모는 자녀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한다. 그런데 자녀가 많으면 자녀 1인당 교육 투자를 늘리는 데 불리하다. 이런 사정이 저출산의 유인으로 작용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저출산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출산은 환경적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구 온난화를 반전시킬 기술 혁신을 위해 시간을 벌어준다는 뜻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불평등도 문화와 기술의 확산을 통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저자로선 인류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표현한 것이지만 어떤 이들에겐 과도한 낙관론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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