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원희룡이 말한 그 때 왔다…서울 아파트 중간값 '10억 붕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년 9개월 만에 10억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하락한 결과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내 집 마련’에 필요한 기간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9333만원이었다. 2021년 5월(9억9833만원) 이후 21개월 만에 10억원 선이 무너진 것이다. 중위가격은 가격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집의 가격으로,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10억원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7월 10억9291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7개월 연속 내렸다. 지역별로는 한강 이남 11개 구의 중위가격이 12억500만원, 한강 이북 14개 구가 8억6167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대비 하락 폭은 한강 이남 지역(-9.5%)이 한강 이북(-7.2%)보다 컸다.

개별 단지별로는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푸르지오’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2억원(12층)에 팔렸다. 지난 2021년 10월 거래된 최고가(18억원)보다 6억원 떨어진 가격이다. 학원가가 조성된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주변 ‘청구3차’ 전용 84㎡도 최고가(14억2000만원)보다 4억원 넘게 하락한 9억9500만원(2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아파트 실거래가가 10억원 아래로 밀린 건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평균 매매가격은 중위가격보다 훨씬 높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12억2482만원이었고 한강 이북 14개 구는 9억6148만원, 한강 이남 11개 구는 14억6235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평균 가격은 저가 또는 고가 주택의 가격 변동 폭에 크게 좌우되는 측면이 있어 주택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위가격이 더 유용하다는 평가가 많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주택 수요자의 금전적 부담도 줄었다. ‘가구소득 대비 집값 비율’을 뜻하는 PIR 지수가 서울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11.9배를 기록하며 1년 전(19배)보다 크게 줄었다. 중위 소득을 버는 가구가 서울 중위가격의 아파트를 사려면 한 푼도 안 쓰고 11년 9개월 치 소득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애초에 PIR 정상 범위로 잡은 10~12배에 들어가는 수치다. 지난해 9월 원 장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서울의 PIR가 18인데, 이게 10~12 정도로 떨어져야 정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KB부동산의 중위가격과 PIR 통계 모두 지난해 11월 표본이 확대 개편되면서 가격이 조정된 점을 참고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