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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경기침체, 창업 생태계 때렸다...쪼그라든 창업기업, 따져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스타트업 축제 ‘컴업2022’에 창업 기업들의 부스가 설치되어있다. [사진 중기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스타트업 축제 ‘컴업2022’에 창업 기업들의 부스가 설치되어있다. [사진 중기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가 지난해 창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창업 기업의 수가 감소하면서다.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산업 등을 따로 분류한 기술기반업종의 창업은 통계를 집계한 2016년 이래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무슨 일이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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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가 3일 발표한 ‘2022년 연간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창업기업은 131만7479개로 조사됐다. 1년 전(141만7973개)보다 7.1%(10만494개)가 줄었다. 창업기업의 수가 감소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전체 창업 규모가 쪼그라든 건 부동산업의 영향이 크다. 부동산업 신규 창업은 1년 전보다 35.2%(11만1623개) 감소했다. 다만 부동산업을 제외한 창업기업의 수는 전년 대비 1%(11만1623개) 늘었다. 부동산업은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자의 사업자 등록이 의무화되면서 창업기업으로 집계되는 숫자가 늘었다. 실제로 그 해 창업을 한 것이 아닌데도 사업자 등록이 늘어나며 통계에 허수가 발생한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주거용 건물임대업 규제강화, 부동산 경기 하락 등으로 부동산업 관련 창업이 대폭 줄었다”며 “게다가 소득세법을 개정하며 부동산업이 크게 늘어난 기저효과 탓에, 2020년 이후엔 창업기업이 줄어든 것처럼 나타나는 착시현상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왜 중요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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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기가 국내 창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 것이 통계로 확인된 것. 지난해 제조업과 IT기업 등 지식기반서비스업(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업 등 포함)을 분류한 ‘기술기반업종’의 창업은 22만9416개였다. 1년 전보다 1만204개(4.3%)가 감소하며 통계를 집계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기술기반업종의 창업기업이 줄어든 것은 경기 침체 탓에 광고업, 경영 컨설팅업의 창업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포함한 전문·과학·기술 업종의 창업기업 수는 지난해 5만8035개로, 전년 대비 10.9% 줄었다. 1년 전인 2021년 두 자릿수 증가율(19.7%)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광고업과 경영 컨설팅 업종은 경기가 좋을 때는 창업이 늘고, 좋지 않을 때는 창업이 감소하는 흐름을 보인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해당 업종의 창업이 크게 줄어든 것이 기술기반 창업이 감소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영향을 받은 제조업(-13.3%),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받는 금융·보험업(-21.2%), 소비자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은 건설업(-5.9%) 분야도 창업 기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늘어난 분야는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창업이 늘어난 분야도 있다. 지난해 농·임·어업 분야의 창업 기업은 1만5657개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중기부는 “귀농 인구 증가, 스마트팜 등 산업 첨단화, 수산직불제법 개정, 어선 청년임대사업 등에 힘입어 농어업의 창업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농업과 어업 분야의 창업은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을 때 창업이 늘어나는 경향성을 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21년 귀농 귀촌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인구이동 추이를 보면 일반적으로 경제 호황기에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많고, 경제 불황기에는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주 경향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박기환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해에도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귀농 인구가 늘어난 데다, 지난해 샤인머스켓 열풍 등 특정 과일이나 채소 작물 소비 열풍이 불면서 농업 분야 창업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외에 지난해 도·소매업 창업 기업도 전년 대비 7.3% 늘어난 45만6462개로 나타났다. 비대면 소비문화가 퍼지고,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자상거래가 늘어난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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