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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소음피해 줄인다고…국토부 "야간비행 덜 하고, 돈 더 내라"

중앙일보

입력

국토부가 야간에 착륙하는 항공기에 부과하는 소음부담금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연합뉴스

국토부가 야간에 착륙하는 항공기에 부과하는 소음부담금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공항 주변 소음피해를 줄인다며 야간에 운항하는 항공기에 소음부담금을 최대 3배까지 더 물리기로 했다. 또 소음피해 세대에 냉방시설과 전기료 일부를 지원하던 걸 사용처에 제한 없는 현금 지급으로 바꾼다.

 국토교통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항 소음대책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공항은 김포·인천·제주·김해·울산·여수공항 등 모두 6곳이며, 인천공항을 제외한 다른 공항은 모두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소음부담금 징수체계가 바뀐다. 현재는 소음등급을 5등급으로 나눠 착륙료의 10~25%를 받고 있으며, 특히 야간시간(오후 11시~오전 6시)에 운항하는 항공기에는 소음부담금의 2배를 더 부과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개편해 소음등급을 13등급으로 세분화하고, 부담금도 착륙료의 3~30%로 격차를 늘리기로 했다. 항공사가 내는 착륙료 부담이 최대 5%p 더 증가하게 된다는 의미다.

 또 부담금이 할증되는 야간시간대의 범위도 오후 7시~오전 7시로 확대하고, 부담금도 시간대에 따라 최대 3배까지 더 물릴 방침이다. 야간시간대 소음부담금 할증으로 인한 수입 증가분은 부담금을 징수한 공항 주변 지역에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포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김포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강철윤 국토부 공항안전환경과장은 “고소음 항공기의 부담금을 늘리고 저소음 항공기는 이를 줄여서 항공사로 하여금 저소음 항공기의 조기 도입을 유도하고, 야간시간대 항공기 운항을 억제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항공사들과 공항업계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항공사로서는 소음부담금 할증시간대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야간 운항을 축소하게 되면 증편의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충격을 간신히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편을 최대한 늘려도 모자랄 판에 야간운항은 가급적 억제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도 “국내 항공사들은 이미 국토부의 소음부담금 할증 방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승객 수요와 편의를 고려해 야간 도착 편을 운영하는 건데 이를 줄이게 되면 여러모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소음부담금 탓에 야간 비행편을 이용하는 승객의 항공료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공항 기능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항업계 관계자는 “야간에 운항하는 항공기의 금전적 부담을 대폭 늘리게 되면 향후 증편에도 제약을 받는 등 공항 기능이 전반적으로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소음피해 가구에 냉방시설을 설치해주고 전기료(가구당 연 20만원)와 TV 수신료(연 3만원)를 지원하던 걸 현금 지급으로 바꾸는 걸 두고도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냉방시설이 이미 있는 세대도 있고, 기존 지원방안에 대한 주민 만족도가 낮아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연간 세대당 23만원을 지급하고, 세대원 한명 당 10만원씩을 추가로 더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4인 가구의 경우 연간 73만원까지 현금을 받게 된다. 이 지원금은 식당과 헬스클럽, 마트 등 사용처에 제한이 없고 별도의 증빙도 필요 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명목은 소음피해 지원금인데 사용처에 전혀 제한이 없다면 애초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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