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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앞까지 우크라 드론 공격…"허찔린 러, 심각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가 2개월 만에 러시아 본토를 향해 드론(무인기) 공격을 재개했다. 최근 이틀에 걸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인근부터 점령지인 크림반도까지 광범위한 공격이 벌어졌다. 러시아 방공망에 막혀 대거 격추돼 타격력은 떨어졌지만 러시아에 보내는 경고장으로는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달 22일 동부 도네츠크주 브릴이더에서 드론을 발사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모스크바 인근 등에 드론 공격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달 22일 동부 도네츠크주 브릴이더에서 드론을 발사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모스크바 인근 등에 드론 공격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수도 모스크바 인근까지 공격 

지난 1일(현지시간)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가 이날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드론 6개는 방공망에 격추됐고, 4대는 전자전으로 무력화돼 사상자 등 피해는 없다”고 알렸다.

전날 모스크바에서 동남쪽으로 약 110㎞ 떨어진 콜롬나, 남서부 크라스노다르와 아디게야, 서부 벨고로드와 브리얀스크 등지에서 드론 공격이 있었다. 러시아는 대부분 드론 공격을 막았다고 했지만, 일부 군 비행장과 유류 저장고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 상공에선 정체불명의 물체가 나타나 공항 운영이 한때 중단됐다. 러시아 측은 민간 항공기구와 함께 훈련을 시행한 것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드론 공격에 따른 조처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러시아 본토가 드론 공격을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26일 러시아 서부 엥겔스 공군 비행장이 드론 공격을 받은 지 2개월여 만이다. 특히 모스크바 인근까지 드론이 날아간 건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측이 추락한 드론을 공개했는데 2021년에 개발된 우크라이나제 UJ-22로 파악됐다. 최대 비행거리가 약 800㎞로 약 20㎏의 폭발물을 운반할 수 있는 소형 모델이다. 이를 근거로 러시아는 이번 광범위한 드론 공격이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즉시 부인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서 추락한 드론. 우크라이나가 지난 2021년에 제작한 드론으로 알려졌다.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달 28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서 추락한 드론. 우크라이나가 지난 2021년에 제작한 드론으로 알려졌다. 사진 트위터 캡처

드론 강화하는데 파괴력 미미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 본토를 향한 드론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1월에는 60개 중대로 이루어진 드론 군대가 공식적으로 만들어졌고, 지난달에는 자국 내 드론 개발 관계자를 동원해 드론 수십만 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키이우 인근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의 민간 드론 학교에선 드론 이동 전술과 위장 방법 등을 가르치며 전문 드론 군인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약 4500명이 훈련을 받고 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본토에 침투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과연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라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을 떼로 보내 우크라이나 전력시설과 주거지를 강타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공격은 범위만 넓어졌을 뿐 파괴력은 미미했다는 평가다.

러시아 전문가인 니콜라이 미트로킨 독일 브레멘대 교수는 “드론 약 10대 중 8대는 격추되거나 통신 차단으로 목표물까지 날아가지 못했다”면서“목표물에 도달했어도 러시아에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의 파벨 루진 국방 분석가도 “이런 사소한 공격은 적어도 지금까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계속 시도하면 적중률 높아져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해 8월 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지역에서 폴란드제 정찰 드론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해 8월 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지역에서 폴란드제 정찰 드론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다.

다만 러시아에 허를 찌르는 경고를 보내고 두려움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키이우에서 활동하는 군사 애널리스트 알렉세이 쿠쉬는 알자지라에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현재 전력을 다듬고 있는 러시아에 미사일 공격을 하지 말라고 보낸 경고 신호”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에 대응할 상당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침투라는 뜻이다. 이스라엘 군사 전문가 데이비드 겐델만은 도이치벨레(DW)에 “러시아는 드론 공격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원했던 심리적 효과는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12월부터 모스크바에 단거리 방어무기인 판치르 S-1 등을 배치하고, 최근에는 지상군 산하에 있던 방공 시스템을 공군으로 이전하는 등 대응책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드론 공격 직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로 들어오는 사보타주(고의 파괴 공작) 그룹을 막고 기반시설 보호를 강화하라”고 연방보안국(FSB)에 지시했다.

겐델만은 러시아 본토에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빈번해질수록 군사적 효과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물 적중이 아니라 공격 시도의 축적”이라면서 “더 자주 시도하면 조만간 적중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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