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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속에 숨겨둔 부동산"…BYC 겨눴다, 주주 행동주의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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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주주 행동주의의 기세가 거세다. ‘이수만 없는 에스엠(SM)’의 도화선이된 것을 비롯, 국내의 대표적인 속옷 회사인 BYC도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주주 행동주의의 타깃이 됐다. 운용자산 8조8000억원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이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와 부당 내부거래 근절을 위한 감사위원 선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속옷 속에 숨겨둔 부동산’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고 소액 주주를 모으고 있다.

행동주의의 가세에 BYC의 주가는 상승 중이다. BYC는 2일 전거래일보다 8.7% 오른 5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6일 주주제안이 이뤄진 뒤 이날까지 주가가 37.9%(14만9000원) 올랐다. 특히 이날 BYC 한석범 회장과 한 회장의 모친인 김모씨 간에 1000억원 대 상속재산 소송이 진행되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는 급등했다.

이원선 트러스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가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전민규 기자

이원선 트러스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가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전민규 기자

이원선 트러스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배당확대 등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BYC의 주가도 재평가받을 것”이라며 “주주환원을 할 생각이 없었다면 상장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7일과 지난 2일 각각 대면과 전화 인터뷰로 진행됐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을 대상으로도 주주 행동주의 운동을 펼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BYC나 태광산업을 행동주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태광산업과 BYC 모두 가진 자산과 이익보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 예컨대 BYC가 보유한 투자 부동산 가치는 2조원 대지만 시가총액은 3000억 원대다. 내부거래를 줄이고, 부동산 가치 재평가와 리츠화 등을 진행하면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  
BYC의 상속 분쟁은 어떻게 보나.
소송은 의결권에 영향을 주지는 않은 만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다만 투자자들이 투명하지 못한 경영의 방증으로 볼 가능성에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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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제안 후 BYC 주가가 상당히 올랐다.  
주주 제안이 주총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추가 상승할 여지도 많다고 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BYC 등 주주 행동주의 대상이 된 기업은 어떻게 변화시킬 생각인가.
대주주만을 위한 결정을 하는 이사회에 공정한 입장을 가진 사외이사나 감사 등을 선임해야 한다. ‘한 명이 뭘 할 수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에스엠(SM)도 지난해 주총에서 감사 1명이 선임되면 변화가 시작됐다.
시세 차익만 보고 언제든 나갈 수 있는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대주주가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대주주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애초에 상장하지 않고 자신의 돈과 은행 대출로만 회사를 꾸렸어야 했다. 은행 대출의 비용이 이자라면, 상장의 비용은 주주환원이다. 상장의 무게감을 잘 모르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는.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회사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데다 배당 성향도 낮다. 주요국은 순이익의 40~50%를 배당에 쓰는 데 한국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대만의 배당 성향이 50% 수준이다. 대만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전반 수준인데도 증시 시총이 비슷한 이유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CIO는 1세대 퀀트(계량분석) 애널리스트이자 국내 증권업계 첫 애널리스트 출신 여성 리서치 센터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해 “달러의 방향성이 제일 중요한 변수”라며 “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경우 한국 등 신흥국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망 투자 섹터에 대해서는 “자국이나 우방국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 쇼어링 과정에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산업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개인 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한국 주식 시장은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제조 강국이 서비스업도 잘하는 게 쉽지 않은데 한국은 두 가지를 모두 잘한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주주 환원에 대한 마인드가 바뀌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주주환원이 확대될 경우 한국 기업의 주가도 재평가될 것이다.  
‘머니랩’은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의 연재 시리즈입니다. 매주 5회(월~금) 발행됩니다. '머니랩'의 이번 순서는 국내 대표 속옷 회사인 BYC를 향해 '주주 행동주의 깃발'을 높이 든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트러스톤 이원선 CIO는 "주주환원을 할 생각이 없었다면 상장하지 말고 대주주의 돈만으로 사업을 꾸렸어야 했다"고 잘라 말합니다. 더중앙플러스 ‘머니랩’에 가면, 이와 관련된 보다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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