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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더 웨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애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웨일’은 러닝 타임의 대부분이 찰리(브렌든 프레이저)의 방에서 이뤄진다. 화상 수업으로 작문을 가르치는 찰리는 272㎏의 거구. 방문 간호사 리즈(홍 차우)와 피자 배달부의 목소리, 그리고 창가의 새 한 마리만이 그곳을 방문한다.

그런 일상이 깨진 건 뉴라이프 선교사 토머스(타이 심킨스)의 방문 때문이다. 하나님의 뜻을 전하겠다고 온 젊은 전도자는 그곳에서 동굴 속 고래처럼 은둔하는 한 남자를 보게 된다. 방문은 이어진다. 8살 이후로 본 적 없는 딸 엘리(세이디 싱크)는 엄마 몰래 찰리를 만나러 왔고, 이어 전처인 메리(사만다 모튼)도 찰리의 집을 찾는다.

애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웨일’

애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웨일’

‘더 웨일’은 구원에 대한 영화다. 찰리는 트라우마와 죄책감 때문에 내면이 붕괴하면서 폭식 장애를 겪게 되었고, 그 결과 이젠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집에 갇히게 되었고, 소파와 한 몸처럼 붙어살아가며 서서히 죽어간다. 그는 다시 스스로 설 수 있을까. 육체에 파묻힌 영혼을 일깨울 수 있을까.

그 대답은 해변의 어느 풍경이다. 토머스가 도착하는 도입부와 함께 ‘더 웨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집 밖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은, 아내와 딸과 함께했던 찰리의 아름다운 기억이며, 이때 그는 자신의 두 다리로 바닷가에 서 있다. 결국 자신을 구원하는 건 자기 자신일 뿐. 이 영화가 전하는 다소 냉혹한 위로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