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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고상한 취미는 없다"...'억'소리 나도 끊을수 없는 유혹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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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에 진심인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제대로 들려주는 스피커나 턴테이블, 앰프를 찾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익숙한 음악이라도 좋은 오디오로 들으면 전혀 다른 음악으로 들릴 때가 많아서다. 소리 변화를 느끼고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피커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음악 속에 숨겨져 있던 음을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오디오 마니아들은 “이보다 더 고상한 취미는 없다”고 말한다. 유일한 단점은 돈이 많이 든다는 것뿐이다.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의 스페리컬 혼 스피커 ‘듀오 GT’. 사진 하이파이클럽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의 스페리컬 혼 스피커 ‘듀오 GT’. 사진 하이파이클럽

디지털 무손실 음원의 해상도인 44.1㎑(킬로헤르츠)는 1초를 4만4100번 쪼개 채운 음악이란 뜻이다. 1초를 더 세밀하게 9만6000번, 19만2000번으로 쪼갠 것이 96㎑, 192㎑의 하이 레졸루션(고해상도) 음원이다. 이런 고음질의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는 따로 있다. 수제 스피커와 턴테이블 등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High-end) 오디오’다. 하이엔드 오디오는 마니아들의 까다로운 시청회(試聽會)를 통해 극소수만이 살아남는다.

1000만원대부터 1억2000만원대까지. 하이엔드 오디오가 이토록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자체 청음 매장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오디오 사운드 플랫폼 ‘하이파이클럽’의 한창원 대표는 “대부분의 하이엔드 오디오는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하는 제품”이라며 “모든 공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작업엔 장인 정신이 깃든다. 부품이 다르면 소리가 바뀐다. 한 개의 오디오에 탑재되는 부품 한 개를 고르기 위해 부품 300개를 일일이 제품에 적용해보며 소리를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한 대표는 “오디오 한 개에 탑재되는 제품이 100개라면 3만 개의 부품 가운데 100개를 골라야 한다”며 “부품간 편차에 굉장히 예민하고 부품마다 저항 차이가 커, 최적의 소리를 내는 부품을 찾는 과정에 공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오디오는 직접 소리를 들어봐야 하는 특성상 오프라인 판매점이 활성화돼 있다. 국내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일대에 오디오를 소파에 앉아 맘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청음 매장들이 포진해 있다. 요즘 청음 매장에서 인기가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3가지를 하이파이클럽의 추천을 받아 소개한다.

스피커는 ‘대대익선(大大益善)’

MBL의 ‘라디알슈트랄러 101E MKII 스피커’. 거대한 금속 유닛이 중저역을 커버한다.

MBL의 ‘라디알슈트랄러 101E MKII 스피커’. 거대한 금속 유닛이 중저역을 커버한다.

스피커는 크면 클수록 소리가 좋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20~2만 헤르츠(Hz)의 가청 주파수 대역을 커버하려면 일단은 스피커의 용적률이 커야 한다. 그런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브랜드는 독일의 럭셔리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MBL’이다. 대표 제품은 1억2000만원대의 플래그십 모델 ‘라디알슈트랄러 101E MKII 스피커’로, 가로 폭 450㎜, 높이 1230㎜, 무게 80㎏에 달하는 대형 스피커다. 꽃봉오리처럼 생긴 거대한 금속 유닛이 105~600㎐의 중저역을 커버한다.

1979년 설립된 MBL은 유럽 상류층들의 ‘파티용 스피커’로 유명하다. MBL 스피커의 특징은 독일어로 ‘라디알슈트랄러(Radialstrahler)’ 한마디로 정리된다. 전후·좌우·상하 등 360도 모든 방향으로 음악을 고르게 전달하는 무지향 스피커라는 의미다. 방 안 어떤 곳에 있더라도 스피커에서 나오는 고급스러운 소리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좋은 소리를 위해 최소 10~13㎡ 정도 되는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건 필수다.

스페리컬 혼, 보는 맛에 빠져볼까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의 스페리컬 혼 스피커 ‘듀오 GT’.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의 스페리컬 혼 스피커 ‘듀오 GT’.

듣는 재미도 있는데 ‘보는 맛’까지 있다면 즐거움은 배가된다. 독일에는 클래식 오디오 하면 떠오르는 혼(Horn) 타입의 스피커를 잘 만드는 브랜드 ‘아방가르드 어쿠스틱(Avantgarde Acoustic)’이 있다. 이 브랜드는 1993년 창사 이래 둥근 나팔 모양의 ‘스페리컬 혼(Spherical Horn)’ 타입 스피커만 제조해 왔다. 대표 제품은 3세대 모델인 ‘듀오(Duo) GT’다.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이 스페리컬 혼 스피커를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박스형 인클로저나 다른 타입의 혼 스피커보다 음질 면에서 월등히 낫다는 확신이 있어서다. 인간의 입이나 귀와 같은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은 스페리컬 혼 구조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음파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턴테이블의 매력

트랜스로터의 아날로그 턴테이블 ‘알토 TMD’. 화려한 알루미늄 바디가 보는 즐거움을 준다.

트랜스로터의 아날로그 턴테이블 ‘알토 TMD’. 화려한 알루미늄 바디가 보는 즐거움을 준다.

최근 LP 열풍이 다시 불면서 턴테이블 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아날로그 턴테이블 브랜드 ‘트랜스로터(Transrotor)’도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트랜스로터는 오래전부터 턴테이블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무수한 히트 플레이어들을 만들어 냈다.

대표 제품 ‘알토(Alto) TMD’는 진동에 강한 소재인 알루미늄과 진동을 상쇄, 조절하는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설계에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핸드 폴리싱한 알루미늄 몸체로 은은하면서 때로는 화려한 매력을 전달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소리만큼이나 아름다운 보는 즐거움을 준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하이엔드 오디오를 부담 없이 감상해 볼 기회도 생겼다. 이달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서울국제오디오쇼(SIAS)’에서다. 이번 행사에선 300여개의 브랜드가 참가해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 100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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