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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샤넬·루이비통에 프라다도 군침...명품소비 꺾이자 이게 '반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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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명품 시장이 최근 패션 아이템에서 방향을 틀어 주얼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존의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는 물론이고, 팬데믹을 기점으로 증폭됐던 명품 소비에 가방·신발 등을 내세우던 럭셔리 패션 브랜드 대부분이 주얼리 상품을 공격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브랜드는 새로운 먹을거리로, 소비자는 남과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로 주얼리를 선택하고 있다.

패션 끝, 주얼리 시작...주얼리 전성시대

까르띠에의 팬더 브레이슬릿. 화이트 골드 소재의 팬더가 다이아몬드와 오닉스로 온몸을 장식했다. 눈은 초록빛 에메랄드를 사용했다. 사진 까르띠에

까르띠에의 팬더 브레이슬릿. 화이트 골드 소재의 팬더가 다이아몬드와 오닉스로 온몸을 장식했다. 눈은 초록빛 에메랄드를 사용했다. 사진 까르띠에

2019년부터 붐을 타기 시작한 명품 패션에 대한 수요는 지금 한풀 꺾이는 추세다. 반면 럭셔리 주얼리는 여전히 높은 매출 신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명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들은 지난해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성장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21년 44.9%의 신장률을 기록했던 명품 매출은 올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3.6%로 급감했지만, 럭셔리 주얼리군은 성장률 20.5%로 두 자릿수를 지켜냈다.

놀라운 매출 성장세에 브랜드들은 이제 주얼리 마케팅에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티파니는 지난달부터 주요 백화점을 돌며 새로 출시한 ‘티파니 락’ 컬렉션의 팝업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고 있다. 지난달 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시작으로,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행사를 치렀고, 이달엔 부산 신세계 센텀점에서 팝업을 연다. 샤넬 역시 지난해 말부터 주력하고 있는 파인 주얼리 '코코 크러시 컬렉션'의 크고 작은 팝업 행사와 대형 광고판 광고 집행을 하고 있고, 루이비통은 할리우드 스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앰배서더로 임명하는 동시에 ‘LV 볼트’ ‘이딜 블라섬’ 같은 브랜드 로고 기반의 주얼리를 밀고 있다. 기존 주얼리 브랜드들도 이에 질세라 대형 행사를 개최하고있다.

불가리의 글로벌 앰배서더 블랙핑크 리사(왼쪽)와 디바스 드림 목걸이. 사진 불가리

불가리의 글로벌 앰배서더 블랙핑크 리사(왼쪽)와 디바스 드림 목걸이. 사진 불가리

이런 흐름은 디지털 세상에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최근 네이버·다음 등 포털 서비스와 카카오톡 채팅창에 뜨는 럭셔리 브랜드의 광고 대부분이 주얼리 광고다. 브랜드가 무엇을 팔고 싶은지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이 집중하는 유통채널인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는 티파니·불가리·프레드·피아제 등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가 직접 입점해 100만원대 이하의 은귀걸이부터 1000만원이 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팔찌까지 다양한 주얼리를 판다.

명품 소비 길어지며 다음 단계 원해

주얼리는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공급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환영하는 새로운 ‘럭셔리’ 영역이다. 먼저 소비자 입장에서 주얼리는 자신을 남과 다르게 보이게 하는 최고의 과시품이다. 국내 명품 소비층이 늘어나고 또 명품 소비 시간이 길어지자 이제 더는 가방이나 신발 같은 웬만한 패션 상품으로는 차별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가방으로 했던 ‘과시’가 이젠 주얼리 정도는 돼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패션 상품처럼 유행을 타지 않아 훗날 팔 때 확실하게 시세차액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소비를 부채질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가방에서 신발로 이어졌던 캐시 카우 역할을 이제 고가의 주얼리가 해주니 반갑지 않을 리 없다. 원래 인기가 많았던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입장에선 시장이 커지니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어 좋고, 시장점유율이 작았던 브랜드도 매출이 함께 뛰어 성장 동력을 얻었다. 럭셔리 브랜드 컨설턴트인 이윤경 럭셔리 인사이트 대표는 “주얼리는 브랜드 입장에선 엄청난 확장성을, 소비자 입장에선 차별화를 주는 카테고리”라며 “럭셔리는 열망·감성·사랑이라 표현할 수 있는데, 주얼리만큼 이와 어울리는 게 없다”고 말했다.

티파니가 최근 새로 출시한 '티파니 락 컬렉션'의 팝업 스토어(위)와 다이아몬드 뱅글. 사진 티파니

티파니가 최근 새로 출시한 '티파니 락 컬렉션'의 팝업 스토어(위)와 다이아몬드 뱅글. 사진 티파니

더 젊어지고, 더 비싸지고

루이비통 LV 볼트 다이아몬드 목걸이

루이비통 LV 볼트 다이아몬드 목걸이

지금 주얼리 시장은 더 비싸게, 더 젊게 변화하는 중이다. 액세서리용 커스텀 주얼리 위주였던 샤넬, 디올, 루이비통 같은 패션 하우스들은 파인 주얼리(귀금속을 사용한 주얼리)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얼리 라인이 없었던 프라다는 지난 1월 처음으로 파인 주얼리를 출시했다. 럭셔리를 경험하길 원하는 MZ세대를 공략하면서 디자인과 광고 모델, 착용법까지 젊어졌다. 디자인은 더 모던하고 깔끔하게, 모델은 블랙핑크 리사·제니처럼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아이돌을 기용한다. 착용법도 주얼리 여러 개를 함께 착용하는 레이어드 스타일로 젊게 풀어낸다.

반면 까르띠에, 티파니, 반클리프 아펠, 불가리 같은 주얼리 전통 강자들은 수억원대에 육박하는 하이주얼리 시장을 공략한다. 국내 명품 소비자들이 100만~300만원 대의 엔트리 레벨을 넘어 더 좋은 럭셔리 제품을 원하면서 하이주얼리에 대한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가리의 하이주얼리 행사가 대표적이다. 불가리는 일반 매장에선 구경하기조차 힘든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의 주얼리 260여 점을 한국에 들여와 9일간 행사를 진행했다. 그만큼 국내에 하이주얼리를 찾는 고객층이 늘었다는 의미.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아펠도 청담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리뉴얼하거나 새로 만들면서 일반 매장에선 보기 힘든 헤리티지 피스와 하이 주얼리를 독자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불가리의 다이아몬드 세르펜티 바이퍼 브레이슬릿. 최근엔 이 사진처럼 브레이슬릿 2~3개를 함께 착용하는 레이어링이 인기다. 사진 불가리

불가리의 다이아몬드 세르펜티 바이퍼 브레이슬릿. 최근엔 이 사진처럼 브레이슬릿 2~3개를 함께 착용하는 레이어링이 인기다. 사진 불가리

주얼리 소비 패턴의 변화도 시장 성장에 영향을 끼쳤다. 예물·기념일용으로 주얼리를 사던 사람들이 이젠 가방이나 신발을 사듯 럭셔리 주얼리를 산다. 예물을 살 때도 보석 크기보다 ‘어떤 브랜드인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의 김현배 럭셔리주얼리 담당 부장은 "결혼 건수는 줄었더라도 명품 브랜드 예물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의 성숙과 젊은 층의 과시 문화가 병합되며 한번 하는 예물에 대해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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