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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원 전산시스템 온종일 먹통, 재판 올스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전국 법원이 멈춰섰다. 지난 1일 수원·부산 회생법원 개원을 앞두고 진행한 데이터시스템 이관 작업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법원행정처는 2일 오후 “기존 수원·부산지법의 회생·파산 관련 사건 데이터를 신설 데이터베이스로 이관하는 도중 오류가 발생해 2일은 재판사무·전자소송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공지했다.

데이터베이스 이관 작업은 지난달 28일 오후 8시부터 2일 오전 4시까지, 휴일인 지난 1일을 활용해 법원 전산시스템을 멈추고 진행하려던 작업이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자 데이터를 다 옮기지 못하고 일단 전산시스템을 재가동했다. 그런데도  오류가 개선되지 않아 시스템 복구에도 실패한 것이다. 2일 오전에 “오후 1시까지 복구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실패했고, 이날 오후 5시 현재 ‘3일 오전 9시쯤 복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법원 전산시스템 마비에 전자소송이 대세를 이뤘던 법정은 갑자기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 2011년 도입한 전자소송은 2021년 현재 민사소송의 97.3%, 가사소송의 89.7%, 행정소송의 100%를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했다. 따라서 이날 열린 민사재판에선 지난달 28일 이후 소송 당사자들이 낸 전자서류가 확인되지 않아 구두로 요약하는 것으로 갈음하며 변론을 진행했다. 재판 내용을 기록하는 참여관들도 컴퓨터 키보드 대신 펜을 잡았다.

피고 측이 제출한 서류를 확인하기 위해 원고·피고 측 변호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류철을 보며 논의하는 진풍경도 빚어졌다. 법원행정처는 “국민에게 큰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을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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