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2일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도 당권 주자들은 상대를 향해 날선 비판을 하며 총력전을 벌였다.
이날 오후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는 이번 전당대회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공개 연설회였다. 당원 100%로 치러지는 이번 경선에서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몰려 있는 수도권(37.8%)에서 열린 만큼 신경전은 최고조에 달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강(김기현 후보)-3중(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집중 견제를 받는 김기현 후보는 세 과시에 주력하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기 위한 승기 굳히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연설회에 앞서 울산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안철수 후보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한편 국회에 열린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주요 임원단 지지 선언식에 참석했다.
김 후보는 연설회에선 “현직 김두겸 울산시장이 ‘(김기현 후보 소유지에) 터널을 뚫은 건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라는 기자회견을 했다”며 “우리 당 내부에서 민주당 2중대를 하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경쟁자들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윤석열 정부를 성공 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윤석열 대통령과) 소통을 잘해야 한다”며 친윤계 주류가 미는 자신의 장점을 부각했다.
연설회 후엔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한 윤상현 의원을 도왔던 캠프 주요 임원단의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나(김기현·나경원) 연대’, ‘김조(김기현·조경태) 연대’에 이어 ‘김윤(김기현·윤상현) 연대’까지 내세우려는 의도다. 김 후보 측은 “자체 분석 결과 1차 과반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의 목소리는 더욱 단호해졌다. 전날 “대통령실·비상대책위원회·선거관리위원회 모두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 안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도 김 후보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사건과 판박이라는 의혹이 쏟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이런 일이 사전에 알려졌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로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라거나 “김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의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돼 윤석열 정부가 식물정부가 된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연이틀 윤 대통령을 거론하자 대통령실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날 오전 안 후보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한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에 자꾸 대통령실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여러 번 호소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가 결선투표로 갈 경우 천하람 후보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 후보 측은 “결선투표에 가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천하람 후보는 연단에 오른 자신을 향해 야유하는 당원을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김종인(전 비대위원장)·이준석 지도부와 그 이전의 지도부 중 어느 쪽이 여러분의 선거에 도움이 됐느냐”며 “여러분은 ‘필패 방정식’을 반복하던 그때의 당으로 돌아갈 것이냐. 저는 수도권 젊은 세대가 환호하던 국민의힘을 다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선 “제가 2위를 해 결선투표로 갈 가능성이 100%”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울산 땅 의혹을 처음 제기한 황교안 후보는 연설회에서 “제가 내부 총질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전혀 다르다”며 “내부 총질이 아니라 내부 수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 후보의 비리로 총선에 질 경우 패배의 책임은 대통령이 뒤집어쓰는 것인데 이래도 괜찮느냐”며 “김 후보는 당장 사퇴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황 후보는 향후 김 후보와의 연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엔 “지금 여정으로선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청년 최고위원 경선에선 장예찬 후보의 불법 레이싱 모임 의혹이 종일 뜨거운 화제였다. 과거 그가 드래그 레이싱(짧은 직선 도로에서 고속으로 경주하는 승부), 와인딩(굽잇길 주행 기술을 과시하는 운전) 등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글을 페이스북에 쓴 걸 경쟁자들이 파고들면서다.
이준석계 후보들은 “불법 레이싱 의혹은 후보직 사퇴까지도 고려해야 할 문제”(김용태 최고위원 후보)라거나 “어두운 과거를 선거 승리로 극복하려는 모습이 이재명 대표와 비슷하다. 이재명 키즈”(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라며 공세를 폈다. 이에 장 후보는 “불법이 없었다”며 “이준석 아바타의 저급한 네거티브는 통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